휴대폰 보조금 지급이 전면 중단되면서 단말기 생산업체에 비상이 걸렸다. 지난해 보조금 단속으로 휴대폰 판매량이 일시에 급감한 적은 있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정부가 아예 상시 단속체제로 전환하겠다고 선언한 데다 불법 보조금 지급에 사상 최대의 과징금을 부과할 만큼 강력한 의지를 표명했기 때문이다. 또 하반기 중 보조금 금지가 법제화될 예정인 데다 이동통신 서비스 업체들은 자정 결의대회까지 열면서 불공정행위를 한 직원에 대해 배상책임을 지우겠다고 밝혔다. 당장 이 여파로 휴대폰 판매량이 급감했다. 지난 3월 국내에서는 총 1백58만9천대가 팔렸지만 이달에는 이의 절반인 80만대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 LG전자 모토로라 등 주요 휴대폰 업체들은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연초 계획을 대폭 수정하는 등 비상전략 수립에 나섰다. 삼성전자는 당초 올해 내수시장 규모를 1천4백70만대로 추산했으나 시장 추이를 지켜본 뒤 5월 초 이 수치의 하향조정을 검토키로 했다. 회사측 관계자는 "최고 20% 이상 시장 규모가 줄어들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또 신제품을 출시하면서 기존 구형 단말기의 가격을 5∼10%씩 단계적으로 인하해 수요층을 늘리는 방안을 강구하고 있다. 이와 함께 올해 안에 10여개의 컬러폰 모델을 집중 출시하면서 고가 휴대폰 시장을 집중 공략한다는 전략도 세웠다. LG전자는 당초 올해 국내 시장 규모를 1천3백만대로 잡고 이 가운데 4백만대를 판매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으나 시장 규모가 크게 줄어들면 이 목표치의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LG전자는 보조금 지급 중단으로 이동통신사의 대리점 납품 물량이 감소할 것으로 보고 직영 대리점 판매를 대폭 강화하기로 했다. 직영 대리점에 대한 직·간접적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한편 월드컵 기간 중 판촉행사를 여는 등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구사할 계획이다. 모토로라는 컬러폰을 중심으로 하반기에 6개의 신제품을 잇달아 출시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20%대로 끌어올리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으나 보조금 금지란 악재가 터지면서 바짝 긴장하고 있다. 모토로라는 시장점유율 확대를 위해 새로운 디자인을 채택한 휴대전화를 개발하고 고질적 불만사항이었던 애프터서비스를 획기적으로 개선할 계획이다. 또 광고 홍보를 강화해 모토로라의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기로 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