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채권단이 메모리부문 매각이후 남는 잔존법인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는 것으로 방향을 돌렸다. 하이닉스 채권단협의회 주관은행인 외환은행이 26일 제시한 하이닉스 채무재조정방안은 담보채무 50% 탕감과 잔존법인 재무 건정성을 위한 13.5대 1 가량의 감자(減資)를 골자로 하고 있다. 하지만 이같은 채권단 조정안에 대해 하이닉스 소액주주들의 거센 반발과 투신권 등 일부 채권단의 반대의사가 표출되고 있다. 또 잔존법인의 생존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채권단의 방향 전환-`잔존법인을 살리자' 채권단은 당초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매각대금을 나눠갖기 위한 채권기관별 회수율 산정 등에 골몰해 왔으나 잔존법인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로 방향을 바꿨다. 채권단은 이를 위해 하이닉스 매각대금 38억달러(마이크론 주식 35달러 기준) 가운데 해외부채 상환(10억달러), 매각관련 비용(3억4천만달러)을 제외한 24억달러 가량을 잔존법인에 넘기기로 했다. 또 채권단이 보유한 전환사채 3조원은 1천원 가량의 전환가격(30억주)으로 주식전환한 뒤 13.5대 1의 비율로 감자를 추진, 잔존법인 자본금을 19조8천960억원에서 1조7천330억원을 줄이기로 했다. 아울러 잔존법인으로 넘어가는 부채 4조7천940억원 가운데 무담보채권(3조5천660억원)의 50%인 1조7천820억원을 탕감하게 된다. 채권단은 매각대금으로 받게 되는 마이크론 주식은 일정기간 처분할 수 없도록 합의돼 있기 때문에 당장 채권을 회수할 수도 없을 뿐아니라 잔존법인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채권 회수율을 높이는 길이라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무담보권자.소액주주 반발 예상 잔존법인으로 넘겨진 매각대금 24억달러는 채권변제 순위에 따라 '빚잔치'가 벌어진다. 먼저 하자보상을 대비한 에스크로계좌(특정 인출목적 지정 계좌)에 5억달러를 예치하고 담보채권자인 은행들이 5억6천만달러를 떼간다. 또 은행권이 하이닉스 메모리부문 매각 이후 신설되는 '마이크론코리아'(가칭)에 15억달러를 대출해주는 데 대한 담보비용으로 4억달러가 설정된다. 이같이 우선 배분할 몫을 빼면 매각대금은 10억달러가량이 남지만 이는 다시 아직 확정되지 않은 우발채무와 주식매수청구권, 반대매수청구권 등을 대비해 전액 묶어둬야 할 처지다. 이에 따라 투신권을 비롯한 무담보 채권기관들은 하이닉스 `빚잔치'에서 건질 수 있는 몫이 없어 `초대받지 못한 손님'으로 남게 되며 이같은 이유로 이번 매각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또 하이닉스 전체 주식의 90% 이상을 갖고 있는 30여만명에 이르는 소액주주들은 이미 독자생존을 주장하며 매각반대운동을 벌여온 데다 이번 `13.5대 1 감자안'이 추진될 경우 강력하게 반대의사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잔존법인 생존 가능성 여전히 불투명 채권단은 이번에 마련된 채무재조정안을 통해 무담보채권 3조5천660억원의 50%인 1조7천820억원을 탕감해 하이닉스의 부채를 3조7천60억원으로 줄이는 방안을 제시했다. 하지만 채무재조정이후 남은 3조7천억원 가운데 금융기관 차입금이 3조920억원에 이르러 연간 이자비용 만도 2천70억원에 이른다고 채권단측은 추산했다. 이는 연간 9천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되는 하이닉스 잔존법인이 감당해 내기에는 너무 버거운 이자부담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채권단 일각에서는 이같은 재무구조라면 추가적인 채무탕감 등 채무재조정이 불가피한 것은 물론 계속적인 생존을 기대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채권단 고위 관계자는 "이번 채무재조정안을 통해 하이닉스 잔존법인의 생존 가능성을 높이기 위한 여건들을 마련했다"며 "하지만 매각이후 실사를 통해 추가 지원이 필요한 지 여부를 다시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한승호기자 hsh@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