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바이오산업 발전 과제..卜成海 <한국생명공학연구원장>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21세기는 유전자 전쟁과 함께 시작됐다.
신약개발 등 생명공학산업에 응용하기 위해 선진국은 물론 수많은 개발도상국들까지 '유전자원의 보고'를 발굴해 선점하려는 경쟁 대열에 나서고 있다.
우리 정부도 2002년에만 4천5백억원이 투입되는 '제3단계 생명공학육성 기본계획'을 당초 계획보다 1년 앞당겨 착수하는 등 생명공학 육성 전략방안을 재정비하고 있다.
민간투자자들도 바이오산업에 대한 수익성 기대가 커지면서 투자목적 펀드를 잇따라 조성하고 있다.
그러나 선진국에 비해 투자 재원은 제한적이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공론을 형성하고 있다.
하지만 '무엇에''어떻게' 선택과 집중을 할 것인가에 대한 합의가 더 중요하다.
다양한 논의가 가능하지만,바이오 산업이 발전하기 위해서는 대체로 다음의 세가지 과제가 있다.
첫째, '고유 생물자원의 활용(단기)' 'IT(정보기술) 지식기반을 접목한 BT(생명공학) 기술(중기)' 'NT(나노기술)와 BT의 접목에 의한 신규분야(장기)'로 나누어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
또 미국 유럽 등 선진국에서 연구가 상대적으로 소홀한 분야, 즉 동양인들에게 발생 빈도가 높은 유전성질환이나 중풍 당뇨 등 틈새시장을 찾아 산·학·연의 연구개발 네트워크를 구축해 나가야 한다.
여기에다 세계적 인간 유전체 연구성과를 비롯 국내에서 선행 투자로 얻어진 유전체 연구의 결과들을 최대한 활용해 우리의 전통 의약이나 기능성 식품 등 분야에서 새로운 연구를 해 나간다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는 제품개발이 가능할 것이다.
관련 인프라인 '천연 화합물 한의약 유전자 DB'를 대대적으로 확충해 나가는 등의 노력이 병행돼야 할 것이다.
참고로 중국은 최근 중국과학원을 중심으로 오는 2004년까지 세계 최대규모 '유전자 중의약 DB' 구축을 추진하고 있어 시사하는 바 크다.
둘째,세계 최고 수준인 국내 IT 인프라와 역동적이고 우수한 인재들의 창의력에 근거하여 우리의 BT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이 필요하다.
이는 한편으로 우리나라 IT의 지평을 크게 넓혀 가는 일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BT의 적용을 통해 기존 컴퓨터기술의 한계를 극복하는 일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DNA(염색체)데이터를 저장하자면 무려 3백테라바이트라는 고용량이 필요하다.
그런데 지금까지 컴퓨터 기술은 메가바이트 수준에서 이뤄졌다는 한계가 있었다.
지름이 2나노미터(1㎚=10억분의 1?)에 불과한 DNA와 RNA(유전정보매개체)가 서로 유기적으로 작업해 다양한 기능의 단백질을 형성하는 원리를 이해할 수 있다면 IT기술의 한계를 상당 부분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학계는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IT BT 두 분야의 전문가간 교류가 아직 활발히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문제다.
우리나라의 강점을 살린 전략이 구체화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거점 정비나 재원 확충과 더불어 IT와 BT 분야의 우수한 연구자 혹은 전문가가 대등한 관계로 협력하는 연구환경이 조성되어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IT 기술과 더불어 세계적으로 이제 막 시작단계에 있는 NT와의 융합기술영역에서도 중장기적 차원에서의 전략이 필요하다.
나노 수준 생체분자의 작동원리를 알 수 있게 해주는 기술이 NT이며,이를 재현해 IT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 역시 NT임을 감안한다면,이는 중장기 차원에서 우리가 세계를 선도할 수 있는 비전을 준비하는 일이라고 할 것이다.
끝으로,우리의 BT 경쟁력을 배양하기 위해서는 세계 최고의 연구를 이룩,우리 나름의 전략을 고안하면서 모델을 구축해 보급하는 것이 중요하다.
물론 연구비 등 투입 차원에서의 고려가 중요하지만,이러한 재원을 국가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비즈니스 시스템과 연계시켜 나감에 있어 우리 나름의 전략모델이 필요하다.
이는 요리에 비유하자면 소재를 살리는 조리방법과 조미료의 탐구이며,이에 대한 과학자들의 마인드 제고가 필요하다.
shbok@mail.kribb.re.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