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 대통령의 아들 비리의혹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24일 김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을 본격 거론하고 나서 주목된다. 당 일각에서는 비리의혹이 확대재생산되는 상황을 방치할 경우 지방선거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만큼 대통령이 조기에 결단을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심스럽게 흘러나오고 있다. ◆대통령과의 관계 정립 나선 노 후보=노 후보는 이날 라디오방송에 출연해 김 대통령과의 관계설정에 대한 기본 방향을 제시했다. 노 후보는 "대통령의 아들문제 등 정국 현안은 대통령에 책임과 권한이 있다"고 선을 그은 뒤 "대통령이 적절히 처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노 후보는 이어 "후보가 국정운영에 나설 일도 없으며 책임도 없다"면서 "대통령과 기본관계부터 새롭게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태도를 보였다. 그는 "대통령은 미국처럼 당적을 유지하면서 당에 강한 영향을 미칠 수도 있고 지금의 우리나라처럼 대통령이 평당원일 때는 탈당까지 할 경우가 있을 수 있다"고 전제하고 "후보와 대통령의 관계에 대해 새로운 모델을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 후보는 그러나 "천박하고 야박한 방식으로 대통령과 차별화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김 대통령과는 극단적인 차별화를 시도하지는 않되 일정한 거리를 두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노 후보는 내주초 김 대통령과의 회동에서 자신의 입장을 제시할 예정이다. ◆당 분위기=대통령 아들 비리의혹 문제에 대해 검찰의 수사를 지켜보자는게 공식입장이지만 일부 의원들을 중심으로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 국면을 전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신속하고 투명한 절차를 통한 처리만이 의혹을 씻어낼 수 있다"며 "(대통령 탈당문제에 대해) 대통령이 신중하게 판단할 문제"라고 말했다. 한 재선의원은 "당이 대통령과 분리돼야 지방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며 대통령의 탈당을 거론했다. 한 초선의원은 "사태를 조기 수습하고 대통령이 대국민 사과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와대=청와대의 고위관계자는 "현재로선 검찰수사가 진행중인 상황이어서 대국민담화나 해명을 할 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그러나 "야당이 선거전략차원에서 물고 늘어져 국정수행의 발목을 잡을 수 있어 무한정 기다릴 수 없는 것 아니냐"며 검찰 수사를 지켜보며 적절한 시기에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있음을 시사했다. 김영근.이재창.윤기동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