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픔을 참는 게 가장 힘들어요." 매일 아침 1백55분 동안 방송되는 KBS 2TV의 '생방송 세상의 아침'(월∼토 오전 6시5분)의 주중 진행을 맡고 있는 지승현 아나운서(27).일일 프로그램 중 방송시간이 가장 긴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해 지 아나운서는 매일 오전 3시에 일어난다. 그 후 방송이 끝나는 오전 8시40분께까지 그녀는 아무 것도 먹을 수가 없다. "방송중 특색있는 음식을 소개하는 시간이 있으면 저도 모르게 '맛있겠네요'라는 말이 튀어나와요. 진짜 배가 고파서 하는 얘기인데 많은 사람들은 방송용 멘트라고 생각하더라고요." 지 아나운서는 최근엔 배고픔 뿐만 아니라 추위와도 싸워야 한다고 말한다. 이 프로그램을 야외에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 쌀쌀한 새벽 바람을 맞으며 방송을 진행해야 하기 때문이다. "2시간35분 동안 쌀쌀한 새벽에 야외에 앉아 있는다는 것이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추위 때문에 테이블 밑에 작은 난로를 갔다 놨더니 다리만 까맣게 타고 말았어요. 황사가 오면 더 힘들어요. 5분만 이야기해도 목이 아프고 눈이 따끔거리거든요." 지 아나운서가 '생방송 세상의 아침'을 맡은 것은 지난 1일부터지만 새벽에 시청자를 찾은 지는 벌써 1년이 넘었다. 그녀는 아리랑TV에서 한국어강사로 활약하다 2000년 1월 KBS에 입사했다. 1년간 청주에서 근무한 후 지난해 4월 서울로 올라와 오전 6시30분에 방송되는 영어 프로그램을 진행하다 지난해 가을개편때 이 프로그램으로 옮기게 됐다. "아침방송을 하다보니 바른생활 소녀가 된 것 같아요. 아침 일찍 일어나야 하니 집에 일찍 들어갑니다. 좋아하는 술도 못마시고 친구들도 거의 만나지 못하고….집하고 회사만 왔다갔다하고 있답니다." 최근 지 아나운서에겐 새로운 즐거움이 생겼다. 지난 1일부터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방송 '당신의 밤과 음악'(KBS1FM,93.1㎒,오후 10시)이 좋은 반응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클래식 프로그램이지만 젊은 분위기로 끌어 가고 있다"며 "덕분에 군인들이나 대학생들의 참여가 부쩍 늘어나고 있다"고 자랑했다. 길 덕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