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세기가 석유의 시대라면 21세기는 물의 시대라고 한다. 세계적인 물 부족 현상에 따라 물이 석유만큼 소중한 수출자원이 되리라는 얘기다. 멀리 내다볼 것도 없이 이스라엘 스페인 이탈리아 등 중동및 지중해 연안국들은 이미 터키 프랑스 알바니아 등 주변국에서 물을 수입하거나 수입을 추진중이다. 게다가 '물이 곧 생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생수(먹는 샘물)에 대한 관심도 급증했다. 오스트리아 그린란드 등은 물을 그냥 수출하기보다 부가가치가 높은 생수로 팔기 위해 시설투자에 들어갔고,미국의 경우 지난해 소프트드링크 시장은 0.6% 성장한 반면 생수시장은 30%나 확대됐다. 이렇게 되자 그동안 콜라시장을 놓고 격돌해온 코카콜라와 펩시콜라가 생수 전쟁에 돌입했다는 소식이다. 미국의 생수시장 규모는 35억달러로 종래엔 펩시의 '아쿠아피나'(aquafina)가 시장점유율에서 다소 앞섰지만 지난해 코카콜라의 '다사니'(Dasani)가 무기질이 든 점을 강조, 바짝 뒤쫓았다는 것이다. 그러자 펩시측이 시카고의 한 지역학교들에 납품하는 조건으로 5년간 1백만달러를 지원한다고 나섰고 코카콜라 또한 이에 맞서 기부액수를 늘렸다는 보도다. 두 회사가 기부금 경쟁까지 벌이는 건 미국인 거의가 10대 때 입맛을 평생 유지하는데다 생수가 곧 콜라부문을 앞설지 모른다는 예측탓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정부가 95년 1월 먹는물관리법을 제정한 이래 현재 국내에서 유통되는 생수만 해도 6백가지가 넘고 시장규모 또한 98년 1천1백억원에서 지난해 2천억원이상으로 급성장했다. '진로석수'와 '동원샘물' 등이 일본에 수출되는가 하면 지난해말엔 '크리스탈'이 미국위생국(NSF)의 제품검사 및 위생규격 인증을 획득했다고 전해진다. 아무리 새로운 것을 즐기는 사람도 식습관만큼은 쉽게 바꾸지 못한다고 한다. 탄산음료로 세계 청소년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생수시장 쟁탈전이 미국에서만 그치리라고 보긴 어렵다. 더욱 깨끗하고 맛있는 우리 생수의 개발을 기대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