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업계에 부자(父子).부부(夫婦) 경영인들이 유독 많아 눈길을 끌고 있다. 아버지와 아들,아내와 남편이 나란히 같은 게임회사에 근무하는 곳이 적지 않다. 대부분 아들이나 아내가 먼저 게임판에 뛰어든 후 아버지와 남편이 조언자나 후견인으로 뒤늦게 합류한 경우가 많다. PC게임개발사인 판타그램,온라인게임개발사 CCR과 태울의 공통점은 아버지와 아들이 같은 회사에서 일한다는 점이다. 판타그램의 이상윤 사장과 이정석 회장,CCR의 윤석호 대표와 GV의 윤기수 대표,태울의 조현태 사장과 조경래 회장.모두 아들이 대표이사를 맡고 안방살림은 아버지가 책임지고 있다. 초기 조그마한 벤처에서 시작해서 회사규모가 2백~3백명 규모로 커지면서 경험이 많은 아버지가 후견인이자 살림꾼으로 회사에 나오고 있다. 이들은 아예 유통사를 따로 차려 대표직을 맡고 있는 GV의 윤기수 사장을 제외하고는 모두 "회장님"으로 불린다. 태울 관계자는 "회사직책에 회장직이 따로 있는 것은 아니지만 부르기가 마땅치 않아 모두들 회장님이라고 호칭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독 게임개발사에 이처럼 부자 경영인들이 많은 것은 창업연령이 낮은 게임업계의 특성때문.지난 94년 창업한 판타그램의 경우 당시 이상윤 사장의 나이가 23살이었으며 CCR의 윤석호 사장은 앳띤 대학생에 불과했다. 태울의 조 사장도 22살에 창업했다. 회사설립 초기 게임개발에만 몰두해 부친의 역할이 필요없지만 회사 규모가 수십억~수백억원 규모로 성장하면서 자연히 인생경험이 많은 아버지의 도움이 필요하게 된 것. 온라인게임 개발사 제이씨엔터테인먼트와 모바일 게임업체인 컴투스는 부부가 나란히 같은 회사에서 근무하고 있으며 아내가 게임업계의 "선배"라는 공통점을 지녔다. "레드문"으로 유명한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김양신 사장이 일찌감치 게임업계에서 기반을 다진 뒤 IBM영업이사 출신인 남편 백일승 부사장을 지난 2000년 합류시켰다. 기업을 대상으로 컴퓨터 세일즈를 해온 백 부사장의 주요 고객이 하루아침에 청소년층이 바뀌게 된 것.백 부사장은 초반 적응에 상당한 애를 먹었지만 이젠 아내이자 사장인 김 사장의 든든한 후견인이자 냉정한 비판자의 입장에 서있다. 제이씨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PC게임개발사 재미시스템을 인수해 백 부사장이 CEO(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다. 두 사람을 옆에서 지켜보고 있는 이현정 마켓팀 팀장은 "아내인 김 대표가 새로운 일을 벌이고 추진하는 돈키호테 스타일이라면 백 사장은 이를 세세하게 챙기는 햄릿형이라 서로 보완 효과가 높다"고 말했다. 모바일 게임업체인 컴투스의 박지영 사장과 이영일 이사도 부부 경영인.대학동기인 두 사람은 사업초기 공동창업자였으나 이 이사가 군에 가있는 동안 박 사장이 혼자서 회사를 꾸려와 자연스럽게 사장과 이사 자리를 각각 맡고 있다. 이달초 서울 구로동 벤처타운으로 이사가기전만 하더라도 두 사람은 같은 방에 나란히 책상을 두고 있었다. 이 이사는 "직책상 아내가 상사로서 더 많은 책임을 지지만 중요한 의사결정때는 누구보다 믿고 얘기할 수 있다"며 "이런게 부부 경영의 장점"이라고 말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