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정유 정몽혁 사장이 경영부실에 대한 책임을 지고 전격 사퇴했다. 현대정유는 22일 임시주주총회와 이사회를 열어 정몽혁 사장의 사표를 수리하고 후임에 서영태 부사장을 선임했다고 발표했다. 정 사장은 지난 93년 대표이사를 맡은 후 공격적인 경영을 펼쳐 왔으나 적자가 누적되는 등 경영상태가 악화되면서 결국 대표이사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정 사장은 정주영 전 현대 명예회장의 넷째 동생인 고 정신영씨의 외아들이다. 정 사장의 퇴진은 대주주인 IPIC측의 요구에 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정유의 50% 지분을 갖고 있는 IPIC는 최근 현대정유에 9억달러의 금융지원을 결정하면서 정 사장에게 부실 경영에 대한 책임을 질 것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IPIC는 정 사장의 퇴진을 계기로 현대정유의 경영에 적극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 사장은 지난 91년 극동정유 부사장으로 정유업계와 처음 인연을 맺었으며 93년 7월 극동정유가 현대그룹에 인수되면서 현대정유 대표이사 부사장으로 취임해 경영을 맡아왔다. 현대정유는 지난해 7조3천3백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나 3천3백1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또 부채도 3조3천억원에 달한다. 신임 서 사장은 살로먼스미스바니 증권 대표이사와 두산씨그램 부사장을 역임했으며 지난해 12월 현대정유로 옮겨와 최고 재무담당임원(CFO)과 구조조정 본부장 등을 맡아왔다. 서 사장은 "물류,구매,저유소 운영,제품교환 등의 분야에서 국내외 정유사와 전략적 제휴를 추진하는 등 수익성 개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정유는 IPIC가 50%,현대중공업 현대산업개발 현대자동차 등 구 현대계열사가 나머지 50%지분을 분산 소유하고 있다. 한편 현대정유는 이날 이사회에서 사명을 '현대오일뱅크'(Hyundai Oilbank)로 바꾸기로 결의했다. 김태완 기자 tw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