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적자금을 지키는 파수꾼.' 예금보험공사 법무실 직원들은 막중한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민의 '혈세'인 공적자금 회수율을 높이는 것이 상당부분 이들의 손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예보에 법무실이 생긴 것은 2000년 1월께. 1998년부터 시장에서 퇴출되기 시작한 종금사 신용금고 신용협동조합 등에 돈을 맡겼던 예금주들이 예보를 상대로 '예금을 대신 지급하라'는 소송을 잇달아 제기했기 때문이다. 패소는 곧 '공적자금 유출'을 뜻하는 것인 만큼 법무능력 강화는 필연적인 수순이었다. 자연스레 담당자들도 '쟁쟁한' 실력자들로 채워졌다. 현재 법무실에는 사내 변호사 7명을 포함, 모두 14명의 인력들이 소송 예금보험제도에 관한 법률적 검토 각 부서에 대한 법률자문 등의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팀을 이끄는 최병갑 실장은 한국은행 국제금융국과 은행감독원 여신관리국 등을 거친 뒤 1998년 예보에 합류한 금융 전문가. 시중은행 및 예보 법무실에서 오랫동안 근무한 '금융 법률전문가'인 정욱호 팀장의 도움을 받아 법무실을 총괄하고 있다. 박중희(사시 26회) 손병일(31회) 길종배(33회) 정영섭(38회) 정혁진(40회) 김옥섭(40회) 이상진 미국 변호사 등 7명의 변호사들은 각종 소송을 직접 수행한다. 예보가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 부실 관련자들의 책임을 묻기 위해 3천8백14명에 대해 1조원이 넘는 손해배상청구소송을 할 수 있었던 것도 이들의 '법률적 조언'이 뒷받침된 것이었다.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회사들과 맺는 이행각서에 대한 법률적 검토는 물론 예보의 각종 규정을 심의하는 것도 이들의 몫이다. 예금보험률 차등적용 방안 등 금융권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예보 관련 법령 재.개정 작업에도 이들의 손길이 미치고 있다. 예보의 업무 성격상 모든 부서에서 법률적 조력이 필요하기 때문에 이들은 각 부서에 파견돼 실무자들과 함께 일하고 있다. 특히 공적자금인 예금을 대신 지급해 주는 일을 맡는 보험관리부에는 4명의 변호사가 파견돼 있다. 이들이 주로 맡는 소송은 '예금보험금 청구소송'. 파산한 금융회사의 예금주 명단에는 없지만 '실제 예금을 했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예보를 상대로 '예금을 대신 지급하라'고 청구하는 소송을 뜻한다. 지금은 정형화된 사건이 됐지만 당시에는 처음으로 발생하는 사건이었다. 로펌(법률회사) 등을 거쳐 1999년 예보에 합류한 박중희 변호사(사시 26회)는 "자칫 예금도 없으면서 허위로 소송을 제기한 사람에게 돈을 내주면 결국 공적자금이 새나가는 꼴이 되기 때문에 시간과 공을 들여 사실 관계를 하나 하나 따져 봤다"고 말했다. 파산한 금융회사들이 전국에 산재해 있기 때문에 예보 사내 변호사들도 소송이 계류된 법원을 찾아 전국을 돌아다녔다. 1999년부터 2001년 초까지는 하루에 지방법원 2~3곳을 찾아다녀야 할 만큼 일이 넘쳐났다. 비행기를 타고 아침에 부산을 들렀다가 오후에 인천으로 이동하는 생활이 이어졌다. 이곳 변호사들이 스스로를 '장돌뱅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박 변호사는 "업무는 힘들지만 금융전문 변호사로 특화할 수 있는 데다 사회적으로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매력"이라며 예보 사내변호사의 장점을 소개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