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들어 주식투자로 50% 수익을 낸 것은 돈을 번 축에도 못 낍네다. 적어도 2배는 먹어야 제대로 대접을 받습네다. 그런데 갑자기 투자원금의 10배가 넘는 차익을 거머쥔 투자자가 나타났습니다…." 요즘 증권가에 나돌고 있는 '옌볜 증시'의 줄거리다. 모 TV의 인기 개그코너를 본뜬 패러디다. 주가 1,000시대를 향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국내 증시를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꿈을 상징적으로 표현했다고도 볼 수 있다. 이달 들어 조정을 보이던 증시가 활기를 되찾고 있다. 지난 19일 종합주가지수는 조정을 받긴 했지만 지난해 9·11 테러사태 직후 가장 낮았던 468포인트에 비해 두배 가까이 올랐다. 6개월 연속 상승이란 단기 급등에 대한 우려가 없진 않다. 그럼에도 주가 1,000시대가 열릴 것으로 전망하는 이가 많아지고 있다. 이같은 상승 모멘텀은 IMF 쇼크 이후 뼈를 깎는 기업과 금융구조조정의 성과에서 찾을 수 있다. 증시에서 화두가 된 올해 기업실적에 대한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라는 표현도 같은 맥락이다. 때마침 한국경제의 원동력인 수출이 이달 들어 부진세를 딛고 두자릿수 신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레벨업 된 내수시장과 함께 수출 회복은 한국증시의 1,000시대를 활짝 열어주는 촉매제가 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최근 '신 빅5'가 향후 증시를 이끌어간다는 분석도 그래서 나오고 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삼성SDI 삼성전기 LG화학 등은 한국수출을 이끌어가는 대표기업에다 실적이 크게 좋아지는 종목이다. 이같은 메리트가 부각되면서 외국인과 기관이 대거 사들이고 있다. 수출,이익개선,외국인과 기관선호종목이라는 3박자가 맞아떨어지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주가 1,000시대의 안착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을 통해 소중하게 얻게 된 기업실적 개선만으로는 이뤄지기 힘들다. 기업은 보다 투명해져야 하고 투자자들도 성숙한 자세를 보여야 한다. 정부당국의 역할도 중요하다. 투자자들은 주주가치를 중시하는 투명경영에 나서는 기업에 관심을 갖게 마련이다. 안정된 경영과 미래가 있다고 판단되면 투자자들은 그 기업의 주식을 오래 보유하게 된다. 장기투자자들이 모인다는 얘기다. 이처럼 장기투자자들이 늘어나면 시장의 체질은 좋아질 수밖에 없다. 금융당국도 페어플레이어가 많은 점수(수익)를 얻을 수 있는 게임의 룰을 공정하고 신속하게 적용하는데 애써야 한다. 그런 점에서 불공정 거래를 한 증권사 점포에 대한 폐쇄조치는 단기적으론 악재일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론 한국증시를 업그레이드시킬 수 있는 요인으로 볼 수 있다. 전문가들은 주가 1,000시대를 눈앞에 둔 지금이야말로 '기본으로 돌아가는(Back to the Basics)' 자세가 긴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특히 국내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의 시장 접근자세가 새로워져야 한다. 작년말 현재 외국인의 주식보유비중은 36.6%에 달해 1997년보다 무려 3배나 증가했다. 시장영향력이 그만큼 커졌다. 반면 기관과 개인투자자 비중은 10.8%와 16.2%로 줄었다. 4년 전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 더욱이 외국인은 막강한 자금력과 함께 선진투자기법으로 무장해 있다. 장·단기 포트폴리오 전략을 마음껏 구사하면서 시장의 리듬마저 조절하는 것도 사실이다. 단기매매 위주의 개인투자자가 이들과 맞선다는 것은 무리일 수밖에 없다. 개인투자자들은 그동안 과열 증시의 희생자였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그런 점에서 증시일각에서 나돌고 있는 '옌볜 증시'스토리는 투자자 자신이 특히 경계해야 할 점을 분명하게 말해주고 있다. songj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