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여록] 현실 안주한 쌀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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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려울 것이라곤 생각했지만 그래도 안타깝습니다" 농림부가 지난달 농촌경제연구원의 보고서를 토대로 정부 방침으로 제시했던 소득직불보상제를 사실상 포기하고 추곡수매제도를 유지하겠다고 발표한 18일 농경연의 한 연구원은 실망스럽다는 듯이 이렇게 토로했다.
바로 한달전인 지난 3월초만해도 농림부는 농경연 보고서를 통해 쌀 정책에 대해 확고한 의지를 피력했다.
전작보상제 등 인위적인 생산조정 방법을 버리고 쌀 가격을 시장기능에 전적으로 맡기며 소득감소분의 70%만큼 보상하는 소득보전직불제를 제시했다.
소득보전직불제는 쌀 가격을 현실화시켜 쌀 농가의 경쟁력을 제고시킨다는 장점은 있으나 소득보전금액만큼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추곡수매대금을 당장 줄어야한다.
당시만해도 "혁명"에 가깝다는 평가를 받은 농림부의 쌀 정책은 불과 한달만에 농민 등의 반발로 "좌초"했다.
지난 17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에서 정부가 작년 수준으로 동결된 추곡 약정 매입가격 및 매입량을 제시했다는 소식이 뒤늦게 알려졌다.
다음날인 18일 농림부는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득보전직불제를 실시할 의사가 없다는 내용도 공식화했다.
2004년 쌀 재협상후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당장 농민들에게 부담이 되지 않는 전작보상제나 기존에 실시해온 논농업직불보상제 등을 보완.확충하겠다고 설명했다.
농민으로선 당장 고통을 감내야할 필요가 없고 양대 선거를 앞둔 정부여당 입장에서도 농민표를 건질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이번 발표는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정책이 아닐수 없다.
그러나 2004년 쌀 재협상을 앞두고 경쟁력을 갖춘 쌀 농가의 모습을 염두에 두고 그린 것인지는 의문이다.
실제 농림부 담당자도 "비록 최선책은 아닐지 모르지만 갈등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이것밖에 없었다"며 현실과 타협했음을 시인했다.
농림부는 이번 쌀 정책 보고서와 관련,지난해 4월 농경연에 6천여만원의 연구비를 주었다.
농경연이 이번 정책을 입안하는 과정에서 결국 농림부의 명분을 쌓아주는 엑스트라로 활약한 대가치고는 비싼 비용이 아닐수 없다.
임상택 사회부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