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양산의 넥센타이어(대표 이규상)가 지난 96년 파산직전에서 3년만에 초우량 기업으로 변신한데는 이성경 노조위원장(42)이 고집해온 '노사상생'의 철학이 뒷받침됐다. 지난 88년 7월 이 회사에 노동조합이 생겼지만 노조내 강경파가 주도해 왔다. 그러나 이 위원장은 강성의 논리에 회사를 맡겨서는 안된다는 생각에 89년 7월 출마해 3대 위원장에 당선됐다. 이듬해 3월 사측과 협상에서 상여금 6백%지급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로선 양산 일대 사업장에선 가장 높은 임금수준이었다. 그러나 사측 교섭위원이었던 인사부장의 착오로 지급일자에 상여금이 나가지 않자 강경파들은 사장의 공개사과를 요구하며 공장을 세웠다. 상여금 지급일이 한달정도 늦춰졌다고 자신을 어용으로 내몰며 20여일간 전면파업으로 맞서는 이들과 더이상 함께 갈 수 없다는 판단을 했다.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선조업 후 대표이사 사과'라는 합의를 이끌어낸 그는 강성노조원 20명을 해고하는데 '앞장섰다'. "노조탄생 후 2년여동안 실제 공장가동 기간은 연평균 6∼7개월에 불과했습니다" 이처럼 노.노간 갈등이 해소되고 노사간 평온을 되찾은 이 회사는 95년 수출 1억불탑 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96년 1월 모기업인 우성건설의 부도로 공장문을 닫아야 했다. 이 위원장은 노조간부 60명을 데리고 서울로 상경했다. 채권단 은행앞에서 전직원 1천여명의 정기적금 가입통장을 보여주며 한달간 '채권단 감동시키기'에 나서 파산 직전에서 겨우 법정관리체제로 돌아서게 만들었다. 이후 넥센타이어는 6천9백%이던 부채비율이 3년만에 50%로 줄어들었다. 무분규 사업장과 임단협 무교섭 타결 등 신노사문화를 정착시키면서 초우량기업으로 새롭게 탄생했다. 울산=하인식 기자 ha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