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투데이] 돌파구 찾지 못하는 중동분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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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he Economist 본사 독점전재 ]
아리엘 샤론 이스라엘 총리는 테러를 근절하고 야세르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을 고립시키기 위해 요르단강 서안을 침입했다고 강조했다.
이번 사태로 팔레스타인 무장세력 수백명과 많은 민간인들이 사망했다.
하지만 이번 유혈사태로 고립된 것은 아라파트 수반이 아닌 샤론 총리 자신이다.
최근 샤론의 인기상승으로 볼때 이스라엘 사람들은 그가 자신들의 안전을 확보해 준다고 생각하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샤론 총리가 약속하는 안전은 환상에 불과하다.
샤론 총리는 오히려 이스라엘의 명예 뿐만 아니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민족간의 정당한 타협 가능성마저 파괴하고 있다.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격으로는 팔레스타인인들의 자살폭탄테러를 막을 수 없다.
이런 상황에서 설령 아라파트 수반이 폭탄테러 금지명령을 내린다 해도 자살테러가 없어지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양측은 끊임없이 유혈사태의 책임을 상대방에게 떠넘기고 있다.
물론 일면 이들의 주장은 일리가 있다.
아라파트는 그가 통제하는 점령지역이 이스라엘에 대한 게릴라전과 테러공격의 발판이 되지 않도록 하겠다던 약속을 지키는데 실패했다.
반면 샤론 총리는 팔레스타인 민족에게 비폭력적 수단으로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하지 못했다.
샤론 총리는 이른바 '대(大)이스라엘'비전의 부활을 원하고 있다는 조짐이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군을 점령지역에서 철수시키되 '완충지대'로만 철수하고,'책임있는' 팔레스타인 지도부와 협상하되 아라파트는 배제하고,최종적 평화가 아닌 '장기적 잠정협정'을 모색하겠다는 샤론 총리의 입장은 모두 '대이스라엘'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풀이된다.
샤론 총리는 또 요르단강 서안지역에 대한 팔레스타인 민족의 주권을 반대하고 그들을 궁극적으로 이스라엘에서 몰아내야 한다고 주장하는 극우정당을 한편으로 끌어들였다.
이런 조치들은 양측의 충돌을 더욱 격하게 만들고 있다.
양측간의 휴전뒤에 팔레스타인 민족을 기다리는 운명이 이런 것이라면 휴전이 지속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
콜린 파월 미국무장관의 중재노력도 시간낭비일 뿐이다.
아라파트는 좋든 싫든 팔레스타인 민족과 전세계가 그 정통성을 인정하는 유일한 지도자다.
또 지난 35년간 이스라엘의 잠정적 점령하에 있었던 팔레스타인 민족이 또다시 이스라엘의 철권통치에 순응할 수 있는 분위기도 아니다.
이는 좀더 새로운 시각으로 팔레스타인 문제를 접근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미국이 이 지역에서 진지하게 평화를 되살리려 한다면 기존의 '휴전-안보협력-신뢰구축'등 3단계 계획에 더 이상 의존하면 안된다.
팔레스타인 과격파들과 한편에 서서 싸우고 있는 팔레스타인 경찰이 그들의 형제를 이스라엘에 넘겨주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기본적으로 샤론과 아라파트가 협상테이블에 앉게 된다 하더라도 두 사람간의 간격을 좁히기는 어렵다.
따라서 이들의 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하려하기보다 최종단계로 뛰어넘어가야 하며 외부세력이 이 일을 대신해 추진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미국 유엔 유럽연합(EU) 러시아 등 이른바 세계 4강이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국경을 정하고 팔레스타인 독립의 시한도 설정해줘야 한다.
정리=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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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영국의 이코노미스트 최신호(19일자)에 실린 'From here to Palestine'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