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12월 현대상선 자동차운반선 매각 추진→2002년 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 출장→3월 초·중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사에 측근인사 등기이사 선임→3월말 현대상선 등기이사 편입' 정몽헌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의 최근 행보다. 지난 2000년 현대아산을 제외한 옛 현대계열사 경영에서 완전히 손을 뗐던 정 회장이 활동범위를 점차 넓혀가고 있다. 현대측은 정 회장의 전면적인 경영복귀를 부인하고 있다. 여전히 각 계열사들의 자율경영체제가 지속되고 있으며 정 회장이 별도로 보고받는 일도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재계에서는 요즘 각 사들의 움직임을 볼 때 정 회장의 경영복귀가 멀지 않은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정 회장은 지난 3월말 현대상선 주총에서 등기이사로 등재됐다. 표면적인 이유는 현대상선의 구조조정을 돕기 위한 것이었다. 정 회장은 현대상선의 대주주(4.9%)다. 현대상선은 현대상사 현대아산 현대택배에 지분을 갖고 있다. 정 회장이 현대상선의 경영권을 쥔다면 옛 현대계열사들의 상당부분을 장악할 수 있는 셈이다. 현대상선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한 여건도 괜찮다. 우선 현대상선의 최대주주인 현대엘리베이터는 정 회장의 장모인 김문희씨가 최대 주주(18.6%)로 포진하고 있다. 여기에다 자동차운반선 사업이 매각될 경우 우선적으로 금융권 부채부터 상환할 계획이어서 현재 채권단에 담보로 들어가있는 개인 지분도 찾을 수 있다. 정 회장은 이와 관련해 최근 산업은행 정건용 총재를 방문, 현대상선 자구계획을 직접 설명하기도 했다. 정 회장의 최측근 인사로 분류되는 강명구 전 현대구조조정본부 부회장이 지난달 계열사 주총에서 현대엘리베이터와 현대상사의 등기임원으로 잇따라 선임된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해당 계열사들은 '별다른 의미가 없다'는 반응이지만 정 회장의 의중이 작용했다고 보는 시각이 적지 않다. 정 회장은 또 대북사업의 주체인 현대아산의 경영을 정상 궤도에 올려놓기 위해 백방으로 뛰고 있다는 후문이다. 지난 2월 금강산 카지노사업에 해외투자자들을 유치하기 위해 미국 라스베이거스를 다녀왔는가하면 현대아산의 사업모델을 전면 재편하는 구상에 몰두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각 계열사들도 조직정비에 나서고 있다. 현대상사는 지난달 주총에서 선임된 정재관 대표이사 부회장을 상임고문으로 물러나게 하고 박원진 사장을 신임 대표로 선임했다. 지난 3일에는 조직개편을 단행,2개 영업지원실을 해체했다. 이 과정에서 전 임원들이 백지사표를 최고 경영진에 낸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상선 역시 늦어도 다음달중 대대적인 조직정비와 함께 경영진 면모를 일신하겠다는 복안을 갖고 있다. 조일훈·정태웅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