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신경정신의약회가 '정신건강의 달'(4월)을 맞아 개인의 정신질환에 대한 예방 및 초기치료 캠페인을 전국에서 벌이고 있다. 치열한 경쟁시대를 맞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정신질환을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정신질환 가운데 가장 흔한 우울증의 약물요법에 대해서 알아본다. 도움말=고려대 안암병원 정신과 교수, 황원준 신경정신과(인천시 주안동) 원장 ------------------------------------------------------------------------ ◇약물요법 제대로 알자=흔히 가벼운 증상에는 상담치료를 먼저 하고 진전이 없으면 약물치료를 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사실은 그 반대다. 가벼운 우울증은 약물치료로 쉽게 호전되며 효과가 미진하거나 보다 완벽한 치료를 원할때 상담치료를 병행한다. 학자마다 견해가 엇갈리고 있지만 처음부터 상담치료와 약물치료를 병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게 중론이다. 외국에서는 약물요법을 중요하게 본다. 상담치료비가 비싼데다 제약회사의 판촉활동까지 뜨겁기 때문이다. 우울증의 조건을 갖췄다 해도 2개월 이상 증상이 지속되지 않으면 치료해야 할 필요는 없다. 일시적으로 몇주동안 우울한 상태에 빠지는 것은 누구나 겪는 증상이다. 만약 우울증으로 확진이 안됐는 데도 우울증 약을 먹는다면 심신상태가 나빠져 우울증이 초래될 수 있다. 우울증 약은 보통 복용 후 2주가 지나면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6주 정도 지나야 충분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따라서 처음 며칠동안 복용하고 효과가 없다며 약을 끊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2주가 지나도 아무런 반응이 없으면 의사와 상의해 다른 약으로 바꾸거나 용량을 늘리는게 좋다. 반대로 환자 스스로 효과를 봤다고 느껴 갑자기 약을 끊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이 경우 증상이 재발되거나 나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플루옥세틴(상품명 프로작) 서트랄린(상품명 졸로프트)같은 제제는 갑자기 복용을 중단할 때 증상이 악화되는 현상이 심하다. 우울증 약은 한번 복용하면 평생 먹어야 하는 것으로 알고 기피하는 사람이 많으나 그렇지 않다. 보통 6개월 이상의 복용이 권장되며 완치되면 약을 끊어도 된다. 그러나 복약을 중단한 사람 가운데 3분의 1가량은 1년안에 재발하는 경향이 있다. ◇어떤 약들이 있나=우울증 약은 삼환계 약물(아미트립틸린 이미프라민 등),2세대 항우울제(마프로틸린 트라조돈 등),모노아민산화효소 억제제(이소카르복사지드 페넬진 등) 순으로 개발돼왔다. 이들 약은 초기에 나온 약의 문제점인 기립성 저혈압,입마름,변비,심장박동증가 등의 부작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들 약은 값이 싸면서도 약효는 강력해 그 후에 나온 약들의 효과가 충분하지 못할 경우에 많이 처방되고 있다. 현재 주종을 이루고 있는 것은 세로토닌 재흡수억제제(SSRI) 계열의 약이다. 우울증 환자들의 뇌속에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이 일반인에 비해 적게 분비된다. 세로토닌이 모자라면 우울증 불안증 등이 생기는데 SSRI는 세로토닌이 고갈되는 것을 억제해준다. 플루옥세틴,파록세틴(상품명 세로자트),서트랄린 등이 있다. 파록세틴은 세로토닌의 고갈을 막는 효과가 가장 강하고 약효를 발생시키는데 걸리는 기간도 가장 짧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SRI보다 한 단계 발전한게 세로토닌-노르아드레날린 재흡수 억제제(SNRI) 계통의 약이다. 세로토닌 뿐만 아니라 노르아드레날린 및 도파민의 고갈을 억제한다. 노르아드레날린과 도파민도 결핍되면 우울증을 유발할수 있는 신경전달물질이기 때문에 SNRI는 우울증 개선효과가 더 큰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벤라팩신(상품명 이팩사)과 네파조돈(상품명 서존) 등이 있다. 최신약물로는 미르타자핀(상품명 레메론)을 꼽을 수 있다. 이 약은 노르아드레날린과 세로토닌의 소모를 막는 기존 약과는 달리 이들 물질의 생산을 촉진하므로 보다 능동적인 치료효과를 낸다. 또 성기능저하 초조 등의 부작용도 거의 없다. 반대로 우울증을 억제하는 효과가 기존 약보다 다소 떨어진다는 단점이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