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퀴즈 하나가 있다. '이라크 석유를 가장 많이 쓰는 나라는?' 국제석유시장의 문외한이라도 센스 있는 독자라면 충분히 짐작할수 있다. 그래도 힌트가 필요하다면, 둘은 견원지간이다. 이라크의 하루 산유량은 약 2백40만배럴, 수출규모는 1백90만배럴쯤 된다. 이 수출량의 절반 이상이 이 나라로 간다. 답은 미국. 미국이 이라크석유의 최대 수입국이라는 사실은 아이러니다. 사담 후세인 이라크 대통령을 '지구상에서 공존할수 없는 인물 1호'로 지목한 미국이다. 이 미국이 후세인의 금고를 채워주고 있으니. 미국의 이라크석유 수입량은 하루평균 98만배럴. 한국의 하루 소비량이 약 2백10만배럴임을 감안하면 적은 양이 아니다. 돈으로 환산하면 하루에 2천4백50만달러, 1년에 90억달러(약 12조원)의 거금이다.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소비국이다. 하루 소비량이 1천8백만배럴로 세계 전체 소비의 4분의 1이나 된다. 이중 국산은 6백여만 배럴에 불과하다. 물론 미국은 이라크로부터 직접 석유를 수입하진 않고, 유엔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여온다. 이라크는 유엔과 맺은 협정에 따라 원유수출대금을 모두 식량과 의약품 등 생필품 구입용으로 써야 한다. 현실은 그러나 그렇지 않다. 대미(對美)성전의 승리, 후세인의 최우선 목표다. 승리를 위한 그의 전략은 미국과 그 동맹국을 쳐부술 무기를 생산하고, 미국을 겨냥한 테러집단에 자금을 대주는 것이다. 여기에는 큰 돈이 든다. 이라크가 외화를 벌 수 있는 길은 원유수출 밖에 없다. 결국 미국은 적국에 군비를 대주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라크가 석유 금수에 나섰다. 이라크산 석유는 지난 8일부터 국제시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잠시 내부 무장을 보류하고, 미국경제를 공격하려는 전술이다. 하지만 금수를 통한 '대미 성전'의 효과는 미미하다. 국제유가를 끌어올려 미국경제에 타격을 주려던 후세인의 작전은 일단 수포로 돌아갔다. 금수에 따른 유가 급등세는 '하루살이'에 그쳤다. 후세인은 '국제 석유시장 불안'이라는 소득은 얻었지만 이라크의 경제적 손실은 이 소득을 능가한다. 한 달간 금수로 14억달러를 잃게 됐으니. 후세인의 소탐대실이다. lee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