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림 < 특허청장 > 지난해 대입전형 결과 이공계열의 지원자가 입학정원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쟁률(0.7대 1)을 나타내는 등 이공계열에 대한 기피현상이 위험 수위에 달했다. 최근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이공대 재학생의 40% 가량이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지식과 기술을 기반으로 한 특허는 '사람'이 자원인 한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성장의 동력이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이같은 성장동력을 떨어뜨려 국가경쟁력의 위기로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새로운 기술을 선점해 신산업을 육성한 국가가 그 시대를 풍미했다. 2백여년전 산업혁명기엔 영국이 증기기관과 방적기로, 19세기말에서 20세기초엔 미국이 철도와 자동차로, 20세기 후반엔 일본이 가전제품과 반도체로 경제적 번영을 구가해 왔다. 특히 미국은 일본과 세계경제의 주도권을 놓고 격돌하던 1980년대에 특허청 심사관을 9백명에서 3천명으로 대폭 증원하고 특허청장을 통상차관 수준으로 격상시키는 등 특허중시(Pro-Patent) 정책을 펼쳤다. 21세기는 지식혁명이 인류의 모든 생활영역을 지배하는 지식기반 경제시대다. 지식.기술.정보 등 소프트웨어적 무형자산이 개인과 기업뿐 아니라 국가의 경쟁력과 성장의 원천이 된다. 모든 부문에서 지식집약화가 급속히 진전되는 지식기반 경제시대에는 신기술개발과 더불어 지식.기술.정보의 정수(精髓)인 지식재산권을 얼마나 빠르게 획득하고 활용하느냐가 국가발전의 관건이 된다. 한국은 현재 경제규모 세계 13위, 무역규모 세계 12위로 선진국의 문턱에 서 있다. 과연 21세기에는 한국이 명실공히 일류국가로 도약할 수 있을까. 그 답은 특허기술의 창출, 권리화, 활용에 있다. 우리나라 특허출원은 외환위기 이후 최근 4년간 경제 발전 속도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이에따라 지난해 우리나라 산업재산권 출원건수는 세계 5위, 국제특허출원건수는 세계 8위를 차지했다. 특허청은 우리 민족의 이러한 저력이 결실을 맺도록 지원하기 위해 특허기술의 창출, 권리화, 활용을 강화하는 특허중시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먼저 심사의 질을 향상시키고 심사처리기간을 단축해 출원된 발명이 적기에 산업현장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출원된 특허의 심사처리기간은 평균 22개월 수준으로 미국의 14개월, 독일의 10개월에 비해 크게 못미치고 있어 이를 단축하기 위해 가능한 업무의 아웃소싱을 확대하고 특허 전산화 기능을 고도화하는 것과 함께 심사관 인력의 대폭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 특허관리특별회계법을 개정해 특허기술의 사업화에 더욱 많은 자금을 지원하기 위해 투자펀드를 조성하는 방안도 추진중이다. 이와함께 지식재산 창출의 저변을 확대하기 위해 어린시절부터 발명에 친숙해질 수 있는 교육환경 조성과 섬세한 감성을 지닌 여성발명 인력을 양성하고 신기술 정보를 보급하는 등 각종 특허 인프라를 구축하고 있다. 21세기 지식기반 경제시대에서 이공계 기피 현상을 치유하고 발명 풍토가 다시금 뿌리내리도록 특허중시 정책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