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가 없는 곳은 삭막하다. 나무가 없는 곳에 사는 사람들의 삶은 참으로 곤고(困苦)하다. 매년 이맘때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흙바람(黃砂)으로 인해 베이징을 비롯한 중국 황하문명지역의 수많은 사람들이 곤란을 겪는다. 황사의 원인은 중국 서부지방과 몽골의 임야가 과도한 농경지 확대와 산불 등으로 말미암아 숲이 파괴되고 황무지가 됐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무가 없는 곳의 환경은 삭막할 뿐만 아니라 그 주위에 사는 사람들까지 피해를 주게 된다. 나무는 최소한 1백년을 길러야 쓸만한 재목을 얻을 수 있다. 그 나무들이 모여서 만든 숲은 최소한 2백년은 돼야 원숙한 모습으로 자연미를 드러낸다. 우리나라의 산림은 이제 푸르며,젊은 나무들이 무럭무럭 자라고 있다. 우리나라의 나무들은 약 30년생이 중심을 이루고 있어 인생에 비견하면 이제 사춘기에 해당한다. 그래서 봄이 되면 우리나라의 숲은 아름답기 그지없다. 혹자는 우리나라의 숲을 보고 쓸모 있는 나무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누가 사춘기의 청소년을 보고 그 사람이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단정할 수 있는가? 이와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숲은 무한한 가능성을 가진 생명체로 보아야 한다. 비록 그 가운데에는 쓸모 없을 것 같은 나무들이 있다고 해도 언젠가 훌륭한 목수를 만나면 그 나무도 유용하게 쓰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대를 이어 목수를 하는 집안이 있다면,좋은 나무를 얻기 위해 나무를 가꾸는 일에 관심을 가질 것이다. 농부가 가을에 좋은 수확을 얻고자 하면 해가 시작되기 전에 이미 좋은 씨앗을 준비하며,1년 내내 논밭의 작물을 보살피듯이. 좋은 나무를 얻고자 하는 목수가 있다면 당연히 쓰임새 있고 재질 좋은 종자를 골라 심으며,심은 나무가 잘 자라도록 숲을 가꾸는 일을 게을리 하지 않을 것이다. 오늘날 도시에는 숲이 사라지고 대신 인공구조물의 숲으로 채워져 있다. 도시에 사는 우리들은 회색 공간에 사는 것을 아쉬워하며,가능하면 자연이 숨쉬는 공간을 자주 찾을 수 있기를 바란다. 회색의 도시에서 찌든 도시인의 마음과 몸을 다시 생기 돌게 하기 위해 도시에 다시 숲을 들여오는 것이 필요하다. 도시에 숲을 만들기 위해서는 도시의 자투리땅에 나무를 심는 일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학교의 교정,특히 운동장의 가장자리나 귀퉁이에 숲을 조성하는 것을 생각할 수 있다. (사)생명의숲가꾸기국민운동이 시작하고 산림청과 서울시 등 지방자치단체가 적극 지원하고 있는 '학교숲'사업이 좋은 사례다. 이 사업에는 학생과 선생님들은 물론 졸업생과 지역주민이 함께 참여하고,뜻 있는 기업이 후원하고 있다. 학교에 숲을 조성하면 학교가 생태적으로 건전하게 돼 자라나는 어린이의 심신을 건강하게 할 뿐만 아니라 도시의 녹색공간을 확대해 도시의 환경을 증진하는 효과가 있을 것이다. 예로부터 우리나라는 '금수강산'이라고 일컬어져 왔다. 이는 산과 강변의 풍치가 아름답기에 하는 말이다. 만약 산에 나무가 없어 벌거숭이 모습이라면,그곳을 누가 금수강산이라고 할 수 있겠는가? 지금 북한에는 헐벗은 산이 많다고 알려지고 있다. 북녘 강토도 우리민족이 살 땅이며,그곳의 헐벗은 강산도 아름다운 금수강산으로 다시 태어나야 한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북녘의 헐벗은 산에 나무를 심는 일을 함께 도와야 한다. 남한의 산에 나무를 심을 때 미국의 식량원조가 도움이 되었듯이,헐벗은 북녘 산야에 나무를 심는데 우리가 함께 나서면 북녘의 산림녹화에 크게 도움이 될 것이다. 오늘은 식목일이다. 식목일에 나무를 심는 의미를 다시 되새겨 보았다. 자식을 낳는 것보다 낳은 아이를 잘 기르는 것이 중요하듯이,나무도 심는 것보다 나무를 잘 가꾸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아울러 새롭게 인식돼야 하는 것은 '숲을 가꾸는 일은 국가만이 책임지는 일이 아니며,숲의 혜택을 입는 우리 시민 모두 함께 참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youn@snu.ac.kr ◇ 이 글의 내용은 한경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