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0년 이래 10년 이상의 장기불황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의 임금제도가 올해 춘투(春鬪.임금인상 투쟁)를 계기로 대전환점을맞고 있다. 일본의 대형 자동차 제조업체인 도요타 자동차가 13일 올해 임금을 동결키로 결정했고, 카메라 제조업체인 캐논은 심지어 정기승급분도 폐지하는 등 해가 바뀌면으레 노동자들의 임금이 올라가는 현상에 제동이 걸린 것이다. 일본의 주요 일간지들은 14일자 조간에서 `무너지는 일본형 임금제도'(니혼게이자이), `전반적인 임금동결, 디플레 춘투'(요미우리), `임금,고용의 유동화'(아사히)등의 제목으로 일본 춘투의 `상전벽해'를 비중있게 다뤘다. 사실 전후 일본의 고도성장을 견인해 온 노동자들은 해마다 춘투를 통해 자신들의 경제적 공헌을 임금인상이라는 반대급부로 보상받으려 했으며, 그 때마다 머리띠두르기와 팔을 치켜 올린 구호외치기는 춘투의 전형으로 여겨져왔다. 그러나 지난해 정보기술(IT) 사업의 뚜렷한 퇴조현상으로 노동자들이 직장에서내몰리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실업률은 전후 처음으로 5%를 돌파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상황은 180도 변했다. 고용불안 속에서 일본의 최대 노조단체인 렌고(連合)는 올초 춘투 방향과 관련해 처음으로 임금 인상 공동요구를 보류하고 고용 유지를 최우선시하기로 급선회,춘투의 키를 사측에 넘겨주고 말았다. 일본 노동계는 기업의 구조조정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 등을 감안, 고용 유지를최우선 과제로 관철하고 노사간 고용 유지 협정 체결과 노동자들이 근무 시간을 단축해 서로 일을 나눠 갖는 `워크 셰어링' 제도 실현 등을 경영자측에 요구한 것이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요타 자동차 이외에도 임금동결 방침을 굳힌 회사는 자동차 업계의 혼다, 미쓰비씨 자동차공업이 있으며, 조선.중기계 부문에서는 미쓰비씨중공업, 스미토모 기계공업, 미쓰이 조선, 히타치 조선 등 산업 전부문으로 확산되는 추세이다. 이런 현상은 일자리 지키기가 지상과제로 등장한 노동계와 고정비용인 임금억제를 통해 국제경제력 강화를 제고해야 하는 사측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진 결과이기도 하다. 미쓰이 금속의 미야무라 신페이(宮村眞平) 사장은 "일본 기업이 국제경쟁에서살아남기 위해서는 인건비의 변화를 피할 수 없다"고 말했다. 마쓰시타(松下)에 의해 지난해 일본 종신고용의 신화가 무너진 이후 일본의 고용시장은 잔뜩 얼어붙었으며, 이는 올 춘투의 방향을 자리매김하는 상징적인 사건이된 셈이다. (도쿄=연합뉴스) 고승일특파원 ksi@yonhapnews.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