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m@case.co.kr "정말이세요?" 나는 눈이 휘둥그래져 다시 물어 보았다. 지난 2월초 관악산 꼭대기에서 만난 초로(初老)의 한 노인이 아무렇지도 않게 뱉어낸 그 한마디가 도저히 믿어지지 않았다. 관악산을 8백16번이나 올랐다니. 겨우 세번째 올라와 온갖 포만감과 뿌듯함에 겨워하던 나를 금방 머쓱하게 만들었다. 25년 동안 꾸준히 오르다 보니 이런 기록을 세우게 되었단다. 나는 본래 산을 좋아하지 않았다. 시골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지겹도록 보는게 산이고 들이었으며,농사짓기 싫어 상경한 나로서는 산이 더 이상 달가운 존재일 수 없었다. 처음 서울에 올라와 한달이 채 못 되었을 즈음,학교행사의 일환으로 북한산에서 열린 등반대회에 참가하게 됐다. 무슨 대회라기에 산 정상에 올라가서 거창한 행사라도 하고 내려오는 줄 알았다. 그러나 내 기대와 달리 정작 정상에서는 아무런 행사도 없었다. 어찌나 실망스러웠던지…. 그 이후 한동안은 산에 가지 않았다. 어느덧 서울 생활도 20년이 넘었다. 복잡하고 오염된 도시 생활에서 벗어나고파 다시 산행을 시작한 지도 벌써 수년이 됐다. 산이 좋아서가 아니라 복잡한 도시 생활이 지겨워 택한 산행이기에 힘든 코스가 달가울 리 없었다. 그래서 남들은 산이 아니라 그저 능선이라고 하는 대모산과 구룡산,그리고 약간 힘든 코스인 청계산을 찾은 것이 내 산행사(山行史)의 전부다. 제법 힘들게 올라야 하는 관악산은 올 초부터 오르기 시작했다. 살면서 동기부여가 얼마나 중요한가를 느낄 때가 많다. 어린 시절 선생님 칭찬 한마디에 시인이 된 친구 등,주변에서 좋은 성과를 낸 사람들을 보면 그 단초(端初)가 된 동기는 아주 작고 사소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거대한 용광로 불도 단 한 개비의 성냥불로 지펴지듯,시작은 작지만 결과는 늘 큰 법이다. 관악산을 8백16번이나 올랐다는 그 노인을 만난 후 나는 '관악산 100회 등반'이란 작은 목표를 세웠다. 아침 5시30분에 일어나 연주암에서 식사 공양까지 하고 내려오면 9시가 조금 넘는다. 관악산에서 우연히 만난 그 노인으로부터 덤(?)으로 얻은 관악산 아침 등반은 내게 건강과 삶의 활력소가 되고 있다. 천천히 그리고 꾸준히 다니다 보면 저럴 수도 있겠구나 하는 부러움과 함께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