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주가지수가 820선을 돌파하며 19개월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 등 해외불안감이 둔화되고 외국인이 아흐레만에 순매수로 전환한 데다 국내 기관이 공격적으로 매수에 나서며 상승폭이 확대됐다. 특히 외국인은 현물 매수규모가 크지 않았으나 지수선물·옵션시장에서 매수규모를 늘리며 주가상승에 대비한 매입헤지 조짐까지 보이며 매입·강세 포지션에 나서 시장심리를 북돋았다. 국내 산업생산이 15개월만에 두자리수대의 최대 상승률을 보이고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팬 의장의 긍정적 증언에 대한 기대감도 매수를 불러들인 요인으로 분석된다. 시장 일각에서는 지난해 9.11 테러 이후 월봉상 6개월 연속 양봉 출현 관측 속에서 단기 박스권 상단으로 지목된 820선 돌파 국면에서 '속도조절론'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는 가격부담은 있으나 수급여건을 축으로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감도 지속, 오히려 매도리스크에 주목하면서 종합지수 850을 보자는 '상승흐름추종론'이 우세한 편이다. 신영증권의 김인수 투자전략팀장은 "종목별 편중이 크지 않은 가운데 순환매가 선순환하면서 기조가 단단하다"며 "순환매를 쫓아 옮겨타거나 섣불리 매도하기보다는 실적·모멘텀 종목에 대한 보유전략이나 조정시 매수전략을 가져가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 종합지수 19개월 최고치 경신 = 27일 종합주가지수는 전날보다 20.97포인트, 2.62% 급등한 822.11로 마감, 종가기준으로 연중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지난 2000년 7월 14일 827.95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외국인은 현물시장에서 244억원을 순매수, 지난 15일 이래 처음으로 순매수로 전환했다. 기관은 프로그램 매수를 앞세워 2,787억원을 매수, 지난 20일 이래 엿새째 순매수했다. 개인은 2,306억원을 순매도, 나흘째 매도우위를 보였다. 코스피선물 3월물은 103.00으로 2.55포인트, 2.54% 오른 가운데 시장베이시스는 장중 콘탱고를 콘탱고를 유지하다 플러스 0.03의 콘탱고로 마쳤다. 이에 따라 기관의 프로그램 매수가 급증, 수급안정감이 강화됐다. 프로그램 매수는 차익 1,436억원, 비차익 2,215억원을 합해 모두 3,651억원에 달했다. 매도는 비차익 815억원을 위주로 891억원에 그쳤다. 메리츠증권 주식운용팀의 이해욱 차장은 "선물시장과 연계된 프로그램 매수를 제외하면 현물시장에서 순수 매입세력은 많지 않은 편"이라면서도 "그러나 시장심리, 증시 대기자금, 투신권의 주식편입 비중 확대를 감안할 때 시장베이시스 0.2 수준이면 위탁계정의 매수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외국인 매수와 기관 매수가 결합되면서 시가총액 상위종목이 강세를 보였다. 삼성전자가 4% 가까이 오르며 35만원을 회복했고, 한국통신과 현대차, 신한지주가 2% 이상 올랐다. LG전자가 8%, 삼성SDI와 삼성전기가 3% 이상 급등했다. 그러나 포항제철과 기아차 등은 차익매물로 약세를 보이거나 강보합으로 마쳤다. SK텔레콤과 국민은행도 상승탄력을 보여주지 못했다. SK텔레콤과 국민은행은 상승세를 주도하기보다는 펀더멘털을 기반으로 조정시 지수에 안전판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업종별로는 전업종이 상승한 가운데 전기전자와 운수창고가 4% 이상 올랐고, 특히 그동안 못올랐던 건설업종이 7%, 증권업종이 5%나 급등했다. 상승종목이 상한가 33개를 포함해 534개로 하락종목 257개의 두배를 넘었다. ◆ 기관 매매 지속 가능 = 시장에서는 미국 주가가 상승요인은 되지 못하고 있으나 경기회복 속에서 엔론 사태가 일단락되고 있어 해외시장의 불안정성은 완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국내 경기 역시 내수위주긴 하나 경기회복에 대한 신뢰감이 지속되고 저금리를 기반한 통화정책기조가 이어지면서 주식시장의 자금사정도 좋아져 향후 지수상승을 뒷받침할 것으로 보인다. 이날 통계청은 1월중 산업생산이 전년동월비 10.2% 증가, 지난 2000년 10월 11.7% 이래 15개월만에 두자리수 급증했다고 발표했다. 소비가 견조한 가운데 수출과 투자도 호전되는 기미를 보여줘 경기안정감을 주고 있다. 그러나 지난 1월중에는 설연휴가 없어 조업일수가 지난 같은 달보다 많았고 또 지난해의 경우 경기가 침체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베이스 효과(base effect)를 감안해야 한다. 또 수출이 아직 본격 회복되지 않고 있는 점에서 경기급등론은 자제될 필요가 있다. 그럼에도 철도파업이 일단락되면서 발전·가스·철도 등 국가기간산업의 파업충격이 해소되고 무디스의 한단계 신용등급 상향 가능성도 관측되고 있어 뚜렷한 악재는 없다. 특히 수급차원에서 기관 매수세가 이어지고 외국인이 선물시장과 옵션시장에서 매수포지션을 구축하고 상승방향에 조응하고 있고 현물시장에서도 매수로 돌아 수급안정감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래에셋증권 주식운용팀의 박성민 트레이더는 "기관은 선물로 헤지하며 매수를 지속하고 외국?매도도 일단락된 듯하다"며 "3월 선물옵션 트리플위칭데이까지는 부분적인 가격조정은 있겠으나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LG투자증권 선물옵션영업팀의 김지한 차장은 "매수차익잔고가 1조원을 상회할 때까지는 기관의 매수여력은 충분하다고 본다"며 "조정없이 갈 수 있다는 분위기와 자금력이 맞물릴 경우 3월 만기 전까지 매도위험이 더 큰 편"이라고 말했다. ◆ 그린스팬 효과 재연 주목 = 한편 미국의 경우 경기회복 기대가 다소 무뎌진 가운데 수요일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팬 의장은 하원 금융위원회 증언을 통해 '미국 경기는 회복 중에 있으나 금리인상 요인은 없다'는 정도의 발언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날 컨퍼런스 보드는 소비자신뢰지수가 1월 97.8에서 2월 94.1로 하락, 3개월만에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시장의 예상치인 97도 하회, 나스닥지수와 다우지수의 약세를 불러왔다. 그린스팬 의장은 지난 1월 11일 경기회복에 대해 부정적인 발언을 했다가 주가 급락 사태가 나자 2주만인 1월 24일 경기긍정론으로 입장을 선회, '수사학의 연금술'인 '그린스팬 효과'(Greenspan Effect)에 대한 시장의 신뢰감이 다소 떨어졌다. 그러나 최근 엔론 사태 이후 분식회계 악재에 맥없던 미국 주가가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하락리스크를 상쇄하며 지지선을 도모하는 순간이어서 그린스팬만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기대는 여전한 상황이다. 미국 그린스팬의 발언의 강도에 따라 어느정도 폭은 결정될 것이나 현재로서는 그린스팬의 구두개입만으로 미국 주가 급등→외국인의 매수 급증으로 연결되기는 시기상조로 보인다. 2월의 마지막 장인 목요일 시장은 △ 미국 그린스팬 의장의 긍정적 발언 여부 △ 외국인의 현물 순매수 지속 △ 선물시장 외국인의 차익실현 청산매도와 프로그램 매매 변화가 관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키움닷컴증권의 정선호 과장은 "내일 그린스팬 의장의 긍정적 발언이 나올 경우 갭상승도 예상된다"며 "기관의 차익거래 여력이 아직 있다고 보면 외국인의 선물 청산매도 여부가 지수 고점을 좌우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한경닷컴 이기석기자 han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