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열入試, 公교육 뿌리째 흔들어 ] 이상주 < 교육부총리 > 지난 반세기동안 어느 한해도 교육 문제에 대해 사회적 논란없이 조용하게 넘어간 적이 없었다. 지난해만 해도 공교육 붕괴, 수능 시험의 난이도 조절 실패, 교원 성과급 지급 문제 등이 불거져 나왔다. 올해는 교육부 신임 장관으로 취임하자 마자 경기도 고교 평준화 지역에 대한 학생 재배정 사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입시지옥' '과대학급' '중3병' '콩나물교실' '고액과외' '치맛바람' '촌지' '왕따' '체벌' '교육이민' 등 교육을 연상할 때 머리속에 떠오르는 단어들만 나열해도 수십가지다. 교육문제는 오랫동안 온 국민을 괴롭혀온 사회 병리현상의 하나다. 교육부를 폐지해야 한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교육부 장관을 노동부.보건복지부장관과 함께 '3D장관'이라고 빗대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한국 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의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첫째 교육의 대중화 현상을 생각해 볼 수 있다. 해방 직후만 해도 초등학교 취학률은 64%, 중.고등학교는 6%에 그쳤다. 대학교 취학률은 0.5%에 그쳐 대학생이 매우 '희귀'했다. 지금은 1백%에 달하는 초등학교 취학률은 말할 것도 없이 중.고등학교 취학률도 97%안팎이다. 대학교 취학률도 70%를 넘어서 대학생이 흔해졌다. 이처럼 교육이 보편화되는 과정에서 과도한 입시 경쟁의 폐단이 발생했다. 학교 교육은 비정상적으로 운영되고 과밀학급 속에서 1백명의 범재를 탄생시키기 위해 한명의 천재가 희생되는 문제도 일어났다. 둘째 궁핍한 교육 재정을 들 수 있다. 교육 재정이 정부 예산의 20%, GDP(국내총생산) 대비 4.7%가 된다고 하지만 총액으로 보면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 특히 사립대학 재정은 더욱 문제다. 사립대학 운영비중 정부보조금은 전체의 4.4%에 불과하다. 총 경비의 70% 정도는 학생들로부터 받은 등록금에서 충당하고 있다. 그마나 정부의 사립대학 지원도 지난 91년부터 시작됐다. 미국 일본 같은 선진국의 사립대학에 대한 정부 보조금은 사립대학 총 운영경비의 10∼20%에 달한다. 열악한 교육환경속에서 교원들은 과중한 업무부담에 시달리고 사기까지 떨어지고 있다. 이러니 교육의 효율성은 낮을 수 밖에 없다. 궁핍한 재정탓에 일부 사학에서 부정 비리까지 생기는 폐단도 생겼다. 세번째로 미숙한 교육 행정도 문제다. 교육 행정에선 '평등성과 자율성' '평등성과 책무성' '효율성과 인간성' '개인의 요구와 사회의 요구' 등을 적절히 조화시켜 절충해야 한다. 하지만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게다가 교육 문제는 계층간 이해관계도 매우 첨예하다. 주변에서 훈수를 두는 사람도 많다. 그러다보니 과거에는 권위주의적.관료주의적으로 행정이 이루어졌다. 지금은 많이 개선된 편이다. 과거 '힘'에 의한 중앙집권식 통제에서는 벗어났다. 하지만 이제는 지역별.학교별 평가를 통해 자금지원 여부와 규모를 결정하는 '돈'에 의한 통제가 이루어지고 있다. 또다른 문제는 교육 공동체의 기반이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예전엔 아무리 어려운 여건속에서도 교사와 학생, 교사와 교장, 교사와 교사, 교사와 학부모간에 신뢰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구성원들간에 불만과 불신, 의욕 상실감이 팽배해 있다. 교육 과정이 현실과 동떨어져 산업체의 수요에 맞는 인력을 배출하지 못하고 있는 것도 문제다. 이방실 기자 smi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