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 발전, 가스 노조가 25일 사상 초유의 동시파업에 돌입함에 따라 노정간 상당기간 첨예한 대치국면이 지속될 전망이다. 특히 노동계는 이번 파업을 시작으로 26일 민주노총 소속 1백40여개 사업장 10만여명의 파업 등 향후 주5일 근무제, 비정규직 보호, 공무원 노조 도입 등의 현안을 놓고 대정부 공세의 고삐를 조일 것으로 보인다. 이에 맞서 정부는 '법과 원칙에 따른 강경대처'를 고수하고 있다. 이는 춘투의 예봉을 조기에 꺾지 못할 경우 월드컵 등 국제행사와 양대 선거 등을 앞두고 올해 노사관계가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당초 정부는 지난22일 총리 주재 노동관계장관회의를 통해 공기업 노조가 파업이라는 극단을 선택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민영화 및 매각 철회는 논의 대상에서 제외한다"는 원칙은 지키되 "근로조건 개선 사항은 어느 정도 받아들일 수 있다"는 강온 전략을 구사해 왔다. 철도 3조2교대제 도입 등 근로조건 개선사항은 수용하더라도 정부가 추진해온 공기업 구조개편 원칙은 절대로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판단이 깔려 있는 것이다. 국회에 제출된 민영화 관련 법안의 처리가 늦춰지고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노조측도 근로조건 개선사항에 대해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둘 경우 파업까지는 가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했다. 그러나 이같은 예상을 깨고 3개 노조가 동시파업에 돌입할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지난해 가을부터 '민영화 저지'라는 공동의 목표를 세우고 공동투쟁본부를 가동하는 등 공고한 연대의 틀을 유지해 왔기 때문이다. 가스공사노조가 24일 밤 사측과 단협에 대해 사실상 합의를 이루고도 조인식을 미루고 철도.가스 노조의 파업대열에 동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또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 상급단체가 위원장, 사무총장까지 나서 노정 직접 교섭을 촉구하는 등 경쟁적인 지원활동을 편 것도 이번 파업이 현실화되는데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실제 양대 노총 사무총장은 24일 기자회견을 통해 개별 교섭을 중단한 뒤 노정 직접교섭을 벌이도록 했으며 3개 사업장의 협상 장소를 명동성당 인근으로 모아 집행부의 동요와 조합원의 이탈을 막았다. 더구나 지난해 철도노조 역사상 처음 직선으로 당선된 김재길 철도노조위원장이 '민영화 철회'라는 조합원들의 염원을 등에 업은 상황에서 파업을 철회할 만한 명분을 찾지 못한 점도 파업강행이라는 강수를 두게 한 요인으로 풀이된다. 한편에서는 민영화 문제는 제쳐두더라도 3개 노조의 요구사항인 노동조건 개선과 관련, 정부가 지나치게 안이하게 대처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철도.가스.발전 산업 구조개편의 담당 부처인 건교부와 산업자원부는 지난 22일 노동 관련 장관회의가 열리기 전까지도 노조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지 않았다. 기획예산처 역시 철도의 3조2교대제 도입과 인력 충원에 따른 예산 문제 등에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 정부가 이번 파업을 자초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사상 초유의 국가기간산업 파업 강행으로 노동계도 향후 적지않은 후유증에 시달릴 것으로 보인다. 국민의 불편과 교통대란이라는 여론의 질타가 이어지고 있는데다 정부가 이번 파업을 본보기로 삼아 불법파업에 대한 초강경 자세를 고수, 상황에 따라 노조원 징계와 집행부 대량 구속 등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김수찬 기자 ksc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