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경제는 9·11테러가 나기 직전 이미 회복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테러사태로 상황이 나빠졌다. 항공 호텔업종등이 특히 큰 타격을 받았다. 작년 3월부터 계속된 경기부진으로 일자리를 잃은 사람만 해도 1백40만명이나 된다. 하지만 미국경제의 탄력,정부와 민간기업의 노력에 힘입어 다시 회복초기로 돌아왔다. 지금은 빠른 속도로 회복되고 있는 초기단계라고 할 수 있다. 많은 기업들이 첨단기술과 창조적인 아이디어를 활용함으로써 미국 경제는 탄력을 유지하고 있다. 민간기업들의 생산성 향상이 특히 중요하다. 의회의 반대에 부닥쳤지만 지금도 추가 경기부양대책은 필요하다고 본다. 대통령이 작년 10월 의회에 부양대책을 통과시켜줄 것을 촉구한 것은 경기침체로 늘어난 실업자를 구제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기 위해서다.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들의 투자가 늘어나야 한다. 경기부양대책은 그런 내용을 포함해야 한다. 취임초기 실시한 세금감면은 경기하강 속도를 늦추기 위한 것이었다. 9·11테러로 또 한번의 부양조치가 필요해졌다. 재정지출차원에서 보면 많은 재원이 필요해졌다. 테러와의 전쟁을 지속적으로 수행해야 하고 국내안보에도 많은 비용이 들어가야 한다. 어떤 학생도 뒤처지지 않도록 하기 위해 교육재원도 늘려야 한다. 민주당 의원들은 지난해 초 실시된 세금감면으로 재정수지가 적자로 돌아섰다고 주장하면서 세금감면을 중단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지만 그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경기가 회복되고 있기 때문에 재정수지는 곧 다시 흑자를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복잡한 세금신고체계가 문제가 되고 있다. 현재의 세금신고체계는 너무 복잡해 경제번영을 가로막을 정도다. 일자리 창출마저 어렵게 한다. 이 신고체제에선 똑같은 사안이 무려 네 가지로 해석되기도 한다. 소기업들은 특정 비용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를 규정한 조항들을 꼼꼼히 읽고 이해해야만 제대로 신고할 수 있다. 정부는 이런 문제점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재무부가 개인과 소기업및 대기업별로 신고체계의 문제점을 분석,보고서를 낼 예정이다. 그 보고서를 토대로 올해 의회와 함께 해결책을 찾을 것이다. 강한 경제를 만드는 기본적인 요건 중 하나가 신뢰다. 테러위험을 보상해주는 보험이 충분치 않기 때문에 신뢰가 흔들리는 곳이 적지않다. 특히 최근에는 기업의 재무제표에 대한 투자자들의 믿음이 약해지고 있다. 주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은 기업의 책임이다. 이런 책임의식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 기업의 최고경영자(CEO)에게 구체적으로 어떻게 하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주주나 임직원들이 기업내용을 상세히 알 수 있어야 한다. CEO는 많은 보수를 받는 만큼 기업이 어떻게 돌아가는지를 상세히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CEO가 그렇게 훈련받지 않았다거나 또는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고 있다며 책임을 피하려는 것은 곤란하다. 책임을 피할 방법은 없다. 대통령은 이와관련,기업의 정보공개를 강화하고 종업원들의 퇴직연금(401K)을 보호할수 있는 대책을 마련토록 했다. 정부는 투자자들이 어떤 기업에 투자할 만하고 해서는 안되는지를 말해줄 수 없다. 또 투자자들의 잘못된 선택을 막을 수도 없다. 그것은 정부의 역할이 아니다. 정부의 역할은 투자자들이 투자및 저축수단을 선택하는데 필요한 기술을 충분하게 확보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다. 정리=고광철 워싱턴특파원 gwang@hankyung.com .............................................................. ◇이 글은 폴 오닐 미국 재무장관이 최근 미 상공회의소에서 한 강연내용을 정리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