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국가의 적을 '악'이라는 고도의 감정적이고 정치적인 상징언어로 표현함으로써 현실적인 대응을 하지 못한채 결국 적을 무너뜨리는 효율적인 방법을 찾는데 실패하게 될 것이라고 뉴욕 타임스가 24일 보도했다. 이 신문은 조지 W 부시 대통령 정부의 테러응징전쟁에 임하는 자세를 지난 1950년대 초 공산주의자를 색출한다는 명분으로 미국 사회를 광기에 휘몰아넣었던 맥카시선풍 등 역사적 사건 때와 비교하며 보다 이성적인 자세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과거 특정집단을 '악'으로 몰아 미국 사회를 광기로 몰아넣었던 여러 사건들을 소개하면서 최근 존 애슈크로프트 법무장관이 "악의에 차고 파괴적인 악의 무리가 우리 사회에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한 것을 가리키며 한 역사학자의 말을 인용, "미국 정치의 편집광적 형태"라고 꼬집었다. 또 컬럼비아대학 역사학자 에릭 포너의 말을 인용, 미국은 전쟁기에 적을 '악'으로 몰아세우면서 의견을 달리하는 사람들을 반역으로 다루려는 우를 범해 왔다고 지적했다. 뉴욕 타임스는 애슈크로프트 장관이 9.11 테러 후 "정부를 비판하는 사람들은 미국의 적에게 무기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발언하면서 강력한 반발에 직면한 사례들을 제시했다. 이 신문은 또 테러응징전이 수행되는 과정에서 미국내 많은 이민자들이 중동 출신 이민자라는 사실 외에 특별한 혐의가 발견되지 않는 가운데에도 '광기' 때문에 많은 희생을 당했다고 지적했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