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의 월드카 "TB"가 노리고 있는 서유럽의 소형차 시장은 그야말로 자동차 강자들이 득실대는 "정글"이다. 배기량 및 차체크기 등에 따른 분류법에서 "B세그먼트"로 불리는 이 시장은 배기량 1천~1천5백cc급으로 연간 3백80만대 규모의 시장을 형성하고 있다. 저소득 가정과 연금 생활자,고소득층인 젊은 독신자와 맞벌이 부부 모두가 공략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다. 이 때문에 세계 모든 업체들의 각축장이 될 수 밖에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작년 9월 독일 프랑크푸르트 모터쇼에서 폭스바겐과 포드는 각각 폴로(Polo)와 피에스타(Fiesta) 후속 모델을 발표했다. 또 시트로엥은 삭소(Saxo) 후속으로 C3를,혼다는 로고(Logo) 후속모델인 재즈(Jazz:일본명 Fit)를 새로 선보였다. 이들 차종은 기존 차들에 비해 실내 공간이 넓어졌으며 편의성과 안정성이 대폭 향상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차체와 스타일링은 과거 3도어 및 5도어 해치백 위주에서 4도어 스테이션 왜건 MPV(다목적 차량)로 범위가 넓어졌다. 지금까지 고급차를 중심으로 이뤄져 왔던 페이스 디자인의 통일 개념이 소형차에 도입되기 시작했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현재 유럽 소형차 시장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은 푸조의 206. 작년에 유럽에서 64만대가 팔려 2위인 르노의 클리오(53만대)를 11만대 차이로 따돌렸다. 혁신적이고 역동적인 디자인과 넓은 실내공간,고성능의 디젤엔진을 탑재해 인기를 모았다. 206에 탑재된 디젤엔진 비율은 현재 약 30%로 같은 세그멘트의 다른 차들에 비해 2배 이상 높다. 디젤엔진이 고성능 고연비 등으로 유럽시장에서 선호되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충분한 성공요인으로 손색이 없다. 현재 선두그룹을 따라잡을 다크호스로는 폭스바겐의 뉴폴로와 도요타의 야리스가 꼽힌다. 뉴폴로는 전통적인 스타일링을 유지하면서 다소 비싼 가격을 책정하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하지만 넓은 실내공간과 기술력을 소비자들에게 강조하고 사이드 에어백과 ABS를 표준장비로 갖춰 시장에서 꾸준히 힘을 얻어가고 있다. 스코다의 파비아(Fabia)와 플랫폼을 공동으로 사용,7종류의 신형엔진을 장착함으로써 소비자들에게 선택의 폭도 넓혀 주었다. 디젤엔진 장착비율은 10%에 불과하지만 앞으로 20~25%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한가지 특징은 고객의 60%이상이 여성이라는 것. 여성들이 선호하는 안전성과 편의성에 경쟁력을 갖고있기 때문이다. 도요타는 야리스를 처음 판매할 때는 1천cc 가솔린엔진 차량만으로 시작했으나 그후 1천3백cc,1천5백cc로 점차 기종을 확대하여 판매를 늘리는 전형적인 유럽식 전략을 구사했다. 도요타는 특히 이탈리아 유명 축구선수나 패션디자이너들에게 차를 대여해줌으로써 홍보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야리스는 작년에 유럽에서 "올해의 차(Car of the Year)"로 선정될 만큼 뛰어난 품질도 갖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대가 유럽 B세그먼트에서 성공하기 위해선 가격 경쟁력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인지도,스타일링,제품의 다양성 등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자동차산업 연구소의 최상원 주임연구원은 "세계 각 메이커들이 운전자의 입장을 최대한 배려하는 쪽으로 차별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반면 시장규모는 정체 상태에 있어 체계적이고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