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제약회사의 한국법인인 한국MSD(대표 이승우)는 "여인천하"다. 4백2명의 직원 중 여성사원이 2백3명으로 절반을 넘는다. 여성사원의 50%이상은 영업전선에 배치돼있다. 임원도 12명중 4명이 여자이다. 과장.차장 등 중간 관리자의 여성비율은 35%에 이른다. 올해 신입사원도 여자들이 29명으로 남자(16명)보다 훨씬 많다. TV속의 "여인천하"처럼 여자들이 "쥐고흔든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애희 이사(40.e비즈니스담당) 박희경 과장(33.마케팅 2사업본부) 곽문희 과장(31.마케팅1 사업본부) 김석주 과장(30.e비즈니스) 신희경 대리(29.기업커뮤니케이션 간호사) 박광규 대리(28.마케팅1사업본부 약사) 등 여자 다섯과 남자 한명을 무대에 세워 현대판 "여인천하"를 들어본다. 이애희 이사=저의 사례에서 보듯 우리 회사엔 여성도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실현 가능한 희망이 있어요. 임원 12명중 여성이 4명(30대 상무1명,이사 3명)이나 됩니다.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하지 않고 똑같은 임직원으로 봐주는 게 회사 분위기입니다 곽문희 과장=전 아직 미혼인데요,선배들을 보면서 희망을 키우고 있어요. 여성이라고 특별히 차별대우를 받거나 반대로 우대받는 것이 없으니까 스스로 능력만 키우면 됩니다. 저도 열심히만 하면 임원이 되지않겠어요. 박희경 과장=여성이 직장을 그만두는 것은 육아보다는 진급 때문이죠.육아에 대한 부담이 압박을 해오는데 미래에 대한 비젼마져 없다면 직장생활을 계속해 나가기가 어려운 것 아닌가요. 남녀 구분없이 능력에 따라 평가 받고 있다고 느낌이 중요하죠. 김석주 과장=성공한 선배들을 보면서 10년후엔 내가 저 자리에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하죠.가정과 직장 생활에서 롤 모델(Role Model)을 만났다고나 할까요. 출.퇴근도 편하고요. 저는 러시아워를 피해 오전 7시에 출근해 오후 5시에 퇴근합니다. 패밀리 데이인 금요일엔 4시에 퇴근해서 남편(군의관)을 기다립니다. (한국MSD는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자신이 출퇴근 시간을 정해 하루 8시간동안만 일하면 되는 근무시간 연동제를 실시하고 금요일에는 전사원 1시간 단축근무를 한다) 박희경 과장=김과장과 저는 직속 임원이 모두 여성입니다. 남성 임원과는 터놓고 말하기 어려운 육아나 부부관계도 종종 상담할 수 있죠.물론 돈이나 커리어 문제도 상의할 수있어 여러가지로 편합니다. 신희경 대리=27개월된 딸이 요즘 자꾸 울어요. 시어머니께선 엄마 정이 부족해서 그렇다며 회사를 그만뒀으면 하는 눈치세요. 만약에 차장을 달기도 어려운 회사 분위기였다면 심각하게 고민했을 겁니다. 박광규 대리=(남자로서 역차별을 받는다는 생각은 해 본적 없냐는 질문에) 별로요. 여성이 차별받지 않는다는 점은 남자들에게도 좋은 것 아닙니까. 다른 회사처럼 학연 지연 연공서열보다는 능력에 따라 남자든 여자든 똑같으니까요. 물론 남녀 상관없이 술자리도 있습니다. 하지만 여성이 많다보니 "안동찜닭 먹는날"이나"패밀리레스토랑 가는날"등 회식 문화도 약간은 다른 회사와 다르죠. 이 이사=부서별로 뮤지컬 영화를 보러가기도 하는데 남자 직원들이 더 호응도가 높아요. 김과장=지금은 임신중이라 안 하지만 우리도 물론 파도타기나 폭탄주 돌리기도 해요. 박 과장=아이가 아침에 놀아달라고 할때나 1주일씩 출장갈때 가끔씩 고민을 합니다. 하지만 둘째도 딸이라는 간호원의 말을 듣고 다짐했죠.성공하는 엄마가 돼야 한다고.내가 더 열심히 일할때 우리 딸들에게 좋은 세상이 온다고 생각해요. 더 좋은 환경에서 딸들이 일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 같은 걸 느끼죠. 곽 과장=결혼 안해도 잘 살수 있을 것같아요. 소개팅에 나가서 회사 자랑을 늘어놓으면 남자들도 감동한 답니다. 회사에 대해 불평하는 경우가 더 많은데 저는 좀 달라 보이나봐요. 길 덕.류시훈 기자 duk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