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사교계"에서 상당히 알려진 여인이다. 옷 잘입기로 손꼽히는 패션리더이자 파티장을 빛내는 분위기 메이커.그리고 10년 가까이 "술판"에서 일하며 야무진 일솜씨를 인정받은 주류업계의 여걸. 임선영(34). 세계3위의 주류회사 '바카디-마티니'의 한국지사에서 마케팅과장.바카디가 지난 3년동안 연평균 1백%를 웃도는 성장세를 누리게 한 주역이다. 일과 인생을 아낌없이 즐기는 새로운 30대,"뉴 서티(New Thirties)"가 바로 임선영씨다. #담배와 술을 섭렵하다 임씨의 전력은 특이하다.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전공한 그는 잠깐의 학원강사 생활을 거쳐 1990년 영유통에 입사했다. 전산팀으로 뽑혔지만 맡은 업무는 "말보로" 담배의 자판기 사업.전국의 자판기 시스템을 직접 관리하고 일일이 챙겼다. 새벽 3-4시 야근을 마다하지 않는 성실함과 여성다운 꼼꼼함을 인정받은 때였다. 술과의 인연은 영유통이 주류유통회사인 93년 ID코리아를 만들고 그를 발령내면서 시작됐다. 임씨는 위스키 "J&B"등의 영업관리를 맡아 백화점 유통을 비롯한 주류유통을 배웠다. 이때 만난사람이 현재 바카디-마티니 한국지사장인 양재택씨.그가 다른 주류회사로 옮겨가면서 임씨를 함께 당겼고 바카디,잭 다니엘,와인등을 마케팅하며 2년5개월여를 보냈다. 그러던중 IMF가 터지면서 회사가 비틀거렸다. 직원수를 60명에서 15명으로 줄이는 와중에 99년 영국으로 떠났다. 1년4개월 가량 마케팅을 공부하고 돌아온 그를 바카디 한국지사장이 되어있던 양씨가 다시 찾았다. 그리하여 2000년 9월 바카디에서 또다시 "술과의 삶"을 시작한다. #여자술꾼? 주류업계에서 여자 마케팅 담당을 찾기란 "황소에서 검은털 찾기"만큼 쉽지 않은 일이다. 술이란 것이 상당부분 남성들의 영역으로 인식되어 있는데다 유통구조나 영업성격상 다소 터프한 것이 사실이어서 여자들이 버티기 어렵다. 업계 종사자들은 대부분 굉장한 주당으로 소문나 있기도 하다. "여자라서 불리한 점은 많지 않아요. 제품이 술일 뿐이지 하는 일은 결국 마케팅이니까요. 오히려 여자가 드문 동네라서 사람들이 훨씬 반겨준다는 이점도 있구요" 큰소리 내는 일 없이 논리적으로 일을 처리해내는 그는 둥글둥글한 성격으로도 인기높다. 일선에서 뛰는 영업사원들과도 잘 어울린다. "마찰이 생기면 술로 풀어요. 술로 쌓은 정분이 무섭잖아요" 하지만 술은 가끔씩 가볍게 한다. 대신 분위기를 즐긴다. "술회사에서 일한다고 폭음을 한다는 것은 선입견이예요. 바카디만 해도 술한잔도 못하는 사람들도 있는걸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바카디-마티니는 세계에서 세번째로 큰 술회사다. 바카디 봄베이진 듀어스등 젊은층에 인기높은 술을 만드는 바카디-마티니는 세계 기업중 브랜드 가치가 9위에 오른적이 있을 정도지만 몇년전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인지도가 높진 않았다. 그러나 최근 몇년들어 상황은 급속히 달라졌다. 캐주얼 레스토랑이나 바에서 바카디를 찾는 젊은이들이 줄을 선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특징이 아는 술을 마신다는 거죠,바카디가 칵테일에 주로 쓰이는 만큼 파티장을 활용해 보는게 좋겠다 싶었어요" 그래서 시작한 것이 파티마케팅.명품,패션,보석회사에서 주최하는 행사에 술을 지원했다.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부천영화제나 부산영화제에도 파티를 후원했다. 때론 스탠딩 파티를 직접 열기도 했다. 그결과 바카디는 감각파들이 마시는 "패션알콜"로 자리매김했다. 지난 3년동안 매출상승률이 매년 1백%를 웃돌았고 올해도 1백50%에 가까운 성장을 바라본다. 회사가 잘될수록 할일은 늘어난다. 아웃소싱하는 영업인원까지 포함해 30명 인원이 전부인 직원들은 "일당 백"을 해야할 처지다. 임씨도 마찬가지.하루 일과를 끝내면 제2업무에 나선다. "물좋은 바"를 찾아 다니는 일이다.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것,새로운 유행감각을 파악하기 위해서다. 하루에 2-3개 바를 순찰하다보면 매일밤 12시를 훌쩍 넘긴다. "일이 산더미라도 즐겁게 일하자는 생각이예요. 어차피 해야할 일이니까요. 피할 수 없으면 즐겨야죠" #그녀가 있으면 즐겁다 일뿐이 아니다. 삶도 재미있게 살자는 게 임씨의 모토다. "이벤트로 점철된 삶"을 지향하는그는 종종 주변인을 놀라게 한다. 작년 10월31일 신사동 하드락 카페에서 열린 할로윈 파티.회식중이던 바카디 직원들은 금발에 고양이 복장을 갖춰입은 "캣우먼"의 난데없는 출현에 뒤집어졌다. 임씨가 미8군 PX를 뒤져서까지 찾아낸 특별의상이었다. 친지들 사이에는 "술권하는 여인"으로 통한다. 가족모임에서 이탈리안 아이스티,피나콜라다같은 칵테일을 멋지게 만들어 권하곤 한다. 창작품인 "아무거나 1호" "아무거나 2호"등도 인기다. 일주일의 하루는 꼭 자신에게선물한다. 8년째 가야금을 뜯고 있고 요즘엔 토요일마다 승마를 타러 다니는게 낙이다. 직업인으로의 좌우명은 "바퀴가 되자"."일을 할때 바퀴같은 사람이 되고 싶어요. 부속품은 재미없잖아요"현재 그 "바퀴"는 약초술 베네딕틴을 내로라는 브랜드로 키우겠다는 포부를 다지고 있다. 글=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