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과학 기술은 더 이상 국지적인 연구산물이 아니다.세계 시장을 대상으로 할 때만이 제대로 번창할 수 있다"(키스 하디 언스트&영 애널리스트) 21세기 들어 진정한 기술 진보는 세계화를 통해서만이 가능하게 됐다. 특히 생명과학 기술은 이제 더 이상 그 기술을 개발한 개별 국가만의 전유물이 아니다. 바이오 제품과 기술은 국제적인 협력의 산물이 되고있다. 이를 반증하는 좋은 사례가 셀레라지노믹스와 미국 정부의 지원으로 완성된 인간유전자의 염기서열 해독이다. 이 작업은 미국과 영국 주도로 이뤄졌지만 국제컨소시엄(HGP)에 참여한 프랑스 독일 일본 중국 등의 협력 없이는 불가능했다. 언스트&영이 바이오 기업에 제시하는 네번째 생존키워드는 '글로벌라이제이션(Globalization)'이다. 국제적인 파트너십과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야 제대로 된 혁신적인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제적 CEO(최고경영자)를 키워라=바이오 강국으로 부상한 이스라엘이 초창기에 겪었던 어려움중의 하나는 바이오기업 CEO의 국제경험 부족이었다.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혁신에 따라 세계시장에 속속 진출하기 시작했지만 국제비즈니스를 제대로 수행해 낼 만한 능력있는 CEO가 부족했다. 이스라엘은 이 문제를 '현지경영자 육성 및 스카우트 프로그램'으로 보완했다. 스웨덴의 파마시아나 아스트라와 같은 거대 기업들도 초기부터 '세계화'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본사 해외이전을 통한 핵심간부들의 현지화에 열을 올렸다. 이에 힘입어 파마시아나 아스트라 출신 간부들은 세계적인 생명과학 기업의 CEO로 활약하고 있다. ◇국제적 자금조달=과거 투자회사들의 시선은 해당 국가에만 머물렀다. 그러나 바이오 기술의 세계화가 진전됨에 따라 투자회사들도 국제무대를 대상으로 벤처투자를 하고있다. 직.간접적인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할 경우 이젠 세계 어느 곳으로 부터도 자금을 손쉽게 끌어다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바이오 선진기업들은 주식시장을 자금줄로 곧잘 이용하고 있다. 상당 수 기업들이 미국이나 유럽 특정 국가의 증시에 이중으로 등록돼있다. 상장은 몇 가지 리스크를 안고있긴 하지만 투자자의 기반을 넓혀주고 기업의 인지도를 높이는 데 효과가 크다. 오스트리아 바이오 기업들의 경우 아예 본사를 미국처럼 자금조달이 쉬운 지역으로 옮기고 있다. ◇정부의 규제완화가 필수=바이오 기업의 성장에 정부의 역할은 특히 중요하다. 영국이 간세포(stem cell) 연구에서 선두에 나서고 있는 것은 정부가 이 분야에 관대한 정책을 취하고 있기때문이다. 영국 정부는 다른 국가와 마찬가지로 인간복제를 허용하고 있지는않지만 장기대체를 위한 복제연구는 부분 허용하고 있다. 정부가 국제적인 안목을 갖지 않고 경직된 규제로 일관한다면 다른 국가에 시장기회를 빼앗길 수밖에 없다. 선진국 정부들은 이를 감안, 규제보다는 장려정책을 펴고 있다. 정종태 기자 jtch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