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지 W 부시 대통령은 방한 이틀째인 20일 오후 경의선 복원현장인 도라산역에서 '짧지만 강한' 연설을 한다. 김대중 대통령이 지켜보는 자리에서다. 부시 대통령은 대북 메시지를 통해 한.미 동맹관계의 굳건함을 재확인하고 남북 및 북.미 대화에 적극 나설 것을 북측에 촉구할 것으로 알려졌다. 연설시간은 단 10분. 그러나 이 연설은 한국과 미국이 한반도 '평화의 틀'을 다시 짜는 내용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연설에 앞서 부시 대통령은 70~80세 고령의 실향민 등 4백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경의선 철도 침목(枕木)에 서명한다. 이와 관련,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도라산역은 한반도 분단의 상징적 장소이자 동시에 화해와 교류협력의 가능성을 말해 주는 상징적인 장소"라며 "남북을 새로 잇게 될 경의선철도의 침목에 부시 대통령이 서명한다는 것은 한반도 평화와 안정을 강력히 원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분석했다. 부시 대통령은 도라산역을 방문하기 직전 서부전선 주한 미군부대를 방문한다. 판문점 도끼만행사건으로 잘 알려진 보니파스 캠프다. 부시 대통령은 부대원들을 상대로 한 즉설연설에서 북한의 세계평화를 깨는 행위에 대해선 반드시 응징하겠다는 연설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하는 부시 대통령은 서울에 도착하는 19일에는 공식 일정을 잡지 않았다. 20일 오전 9시 청와대 본관 뜰에서 열리는 환영식이 공식일정의 시작이다. 청와대는 부시대통령의 방한이 실무방문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국빈방문에 준하는 예우를 갖춘다는 생각이다. 이어 김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현안을 본격 조율한다. 단독 및 확대정상회담은 각각 45분씩 잡혀 있으나 얘기를 하다보면 더 길어지게 될 것이라는게 청와대 관계자의 예상이다. 배석자없이 이뤄지는 단독정상회담에서 김 대통령은 한반도 평화정착과 월드컵의 안전개최에 대한 미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당부하고 부시 대통령은 한국 정부가 차세대 전투기 구매때 미국산을 사줄 것을 요구할 것이란 관측이 강하다. 두 정상은 회담이 끝난 뒤 25분간 최종적인 의견조율을 거쳐 오전 11시15분부터 30여분간 내외신 공동기자회견을 갖는다. 김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내용을 구체적으로 설명하는 모두 발언을 하면 부시 대통령은 즉석에서 회담의 의미 등을 부연 설명하게 된다. 이때 부시 대통령의 대(對)한반도 인식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것으로 예상된다. 두 정상은 이날 저녁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리는 리셉션에 참석한 뒤 공식 수행원 등 10여명이 참석하는 만찬도 갖는다. 김영근 기자 yg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