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청어이야기 .. 노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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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no@lgchem.co.kr
영국에는 청어에 관한 유명한 얘기가 있다.
영국 사람들은 유난히 청어 요리를 좋아해 즐겨 먹는 편인데,영국 근해에서는 청어가 잘 잡히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영국과 멀리 떨어진 북해에서 청어를 잡아 런던으로 운반을 해 오곤 했다.
하지만 운반시간이 너무 길었던 만큼 청어의 절반이 죽어 상태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그런데 어느 날,영국의 한 어부가 북해에서 청어를 잡아 거의 죽지 않고 매우 싱싱한 상태로 런던으로 가져와 다른 어부보다 엄청난 가격을 받고 팔아 큰 돈을 벌었다.
어부의 아내가 그 비결이 궁금해 남편에게 물어보니,그는 "청어가 있는 수조에 숭어 몇 마리를 넣는 거야.숭어가 입을 벌리고 잡아 먹으려 하면 청어는 계속 도망 다니게 되고 런던까지 오는 동안 싱싱한 상태로 남아있는 거지"라고 답했다.
어부가 북해에서 청어를 잡아 운반하는 동안 싱싱함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수조 속에 청어를 잡아먹는 천적 숭어를 넣어 새로운 환경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살다 보면 누구나 새로운 변화를 접하게 된다.
그럴 때마다 사람들은 자신이나 타인으로부터 긴장과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필자 역시 비교적 큰 회사를 경영하다 보니 비슷한 경험을 많이 하게 된다.
하지만 생각을 조금만 전환해보면 회사나 가정생활을 통해 사람이나 조직에서 받는 긴장과 스트레스는 우리 생활을 역동적으로 만드는 활력소일 수 있다.
바로 생각을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는 것이다.
변화된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 화를 내거나 아예 포기해 버리는 것은 결국 나에게 해만 끼치게 된다.
술을 마셔 화를 풀거나 모든 걸 포기하고 안일한 생각으로 일상에 묻혀버리면,결국 급변하는 세상에서 발전하지 못하고 평생 제자리에서만 맴도는 내가 될 수밖에 없다.
그럴 때 필요한 것이 바로 주변에서 받게 되는 약간의 긴장과 스트레스가 아닌가 생각해 본다.
일하기 전,약간의 긴장은 일을 하다 범할 수 있는 실수를 줄일 수 있고,주변에서 받는 스트레스는 내가 조직의 일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요소가 될 수 있다.
기나긴 설날 연휴가 끝난 지금,많은 사람들은 어쩌면 다시 돌아온 일상이 짜증나는 새로운 환경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변화를 부정적으로 보지 않고 생각을 조금만 바꿔 내가 속해 있는 환경에서 어떤 긴장이나 스트레스를 받아도 그것들로 인해 더욱 더 활기찬 에너지를 발산하는 모습들이 주변에서 나타났으면 한다.
'어차피 죽을 목숨' 하면서 도망가길 포기하고 숭어에게 잡혀버리는 청어보다 짧은 삶이지만 숭어를 피해 열심히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청어의 모습이 사회 전반에 나타나길 바라본다.
당연히 값이 싼 건 냉동 청어였고 가장 비싼 것은 수조에 살아있는 청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