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불량채권의 신속한 처리를 다짐하며 금융시장 안정에 나설 것을 거듭 강조하고 있지만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증시를 보는 시각은 여전히 불안하다. 도쿄 증권거래소가 발표한 2월 첫째주(4~8일) 매매동향에 따르면 외국인 투자자들은 4주 연속으로 주식을 사기보다 파는데 더 치중한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올해 첫째주 순매도액은 1천1백71억엔으로 전주보다 24% 늘어났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4주 연속으로 매도우위 자세를 고수한 것은 미국의 동시다발 테러 발생으로 증시가 위기 상황에 몰렸던 작년 9월 둘째주에서 10월 첫째주까지 이후 약 4개월 만이다. 증시분석가들은 일본 정부의 주장과 달리 은행들의 불량채권 처리가 늦어지는 등 불신감이 높아진데다 기업들의 경영실적 악화까지 겹치자 외국인 투자자들이 일본 주식처분 스피드를 바짝 높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중 특히 헤지펀드를 중심으로 한 일부 세력들 사이에서는 일본의 하이테크업종과 은행업종 전망을 극히 불투명하게 보는 움직임이 뚜렷해지고 있다. 분석가들은 버블경제 붕괴 후 닛케이 평균주가가 최저치(9천4백20엔)까지 밀려났던 지난 6일에도 외국인 투자자들의 매도공세가 주가하락의 주 원인이 됐던 것에 주목하고 있다. 메릴린치일본증권의 한 애널리스트는 "악성 거래선으로 손꼽혀온 유통 건설업 등의 한계기업 처리방식을 지켜보면서 일본 정부의 불량채권 처리의지를 의심한 외국인 투자자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나카 외무장관 경질 이후 고이즈미내각 지지율이 급락함으로써 구조개혁이 좌절될 우려가 커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팽배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18일 열리는 미·일 정상회담은 일본 증시의 주가 향방을 좌우할 변수의 하나가 될 전망이다. 고이즈미내각은 일본경제에 대한 미국과 서방선진국의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금융시장 안정 및 증시활성화를 위한 굵직한 카드를 내놓을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닛케이주가는 최근 5일 연속 오름세를 타며 지난 14일 1만엔대를 회복했다. 하지만 정상회담의 알맹이가 신통치 않거나 외국인 투자자들의 반응이 시큰둥할 경우 주가는 다시 1만엔선을 뚫고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