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16일 일본 경제산업성 특별회의실.장ㆍ차관과 주요기업 사장들이 집결했다. 이른바 '산업경쟁력 전략회의' 2차 모임으로 이날 발표와 토론 내용은 모두 '대학개혁' 일색이었다. "규제를 혁파하고 국립대 독립법인화를 조속히 시행하라" "순혈주의적 폐쇄성을 깨야 한다" "외국 유학생마저 활용 못하나" "산학제휴는 경제회생의 전제조건이지만 대학이 산업계에 도움이 안된다" 등등. 몇몇 분야에서 세계 최고라는 도쿄대나 교토대가 있는 일본이 지금 대학개혁 열풍에 휩싸였다. 국립대는 통합바람이 거세고 독립법인화 준비가 급진전되고 있다. 엄격한 평가에 의한 첨단기술 학과의 육성도 강조된다. 금융위기에 시달리고 있는 일본이 엉뚱하게 대학개혁이라니.지난 10여년에 걸친 장기침체는 대학의 위기와 중·고교의 하향평준화로 인한 학력저하가 한몫 했다고 여기는 듯했다. 전략회의에서의 경제산업성장관의 말은 차라리 처절하기까지 했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지난 10년간 산업기술전략조차 없었군요" 지금 국내에선 재경부장관이 고교평준화를 문제삼고 기여입학제를 주장하지만 교육부장관은 이를 반박한다. 또 대학은 이제야 위기를 느끼는 모양이다. 고교 대학 대학원 모두 이공계 기피에 휩싸여도 뾰족한 대책이 안나온다. 같은 시간 중국은 어떨까. 베이징대 칭화대 등은 미국 명문대 교재를 그대로 사용하겠다고 나섰다. 아예 영어로 강의하겠다고도 한다. 대학의 국제화 바람이 거세다. 멀리 가보자.기업마인드를 가진 미국대학에는 자구책 바람이 거세다. '탈(脫)하버드' 열풍으로 전문화ㆍ차별화 경쟁이 치열하다. 하버드대마저 래리 서머스(클린턴 행정부의 재무장관) 총장의 개혁으로 시끄럽다. 케임브리지와 보스턴의 제2실리콘밸리화도 화제다. 때마침 부시행정부의 초·중교 공교육 개혁도 시동을 걸었다. 지식기반경제는 한마디로 사람의 경쟁력이 핵심인 경제다. 이러다가 우리가 동아시아에서나마 일정한 몫을 점할 수나 있을까. 산업관련 부처를 열받게 만든 이공계 기피는 심각한 문제다. 외국인에 대한 개방적 흡인력이 없는 환경에서는 정말 그렇다. "세금은 교육 연구개발 환경에 잘 사용돼 국민들이 조국을 떠나고 싶지 않게 만들었고 과학ㆍ기술인력은 조국에서 살기 원해 두뇌 유출이 없다" 제프리 삭스 하버드대 교수의 핀란드에 대한 평가다. 이 나라는 지금 세계에서 경쟁력 1위를 자랑하고 있다. 전문위원ㆍ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