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기 < 네이트국제특허법률사무소 대표변리사 jungpat@neitpat.com > 얼마전 서울대 공대 출신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중심이 돼 공대 살리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는 소식을 신문지상에서 접했다. 기계공학 전공의 김형벽 현대중공업 회장,김동진 현대자동차 총괄사장,전자공학 전공의 윤종용 삼성전자 부회장,진대제 삼성전자 디지털 미디어네트워크 총괄사장,이윤우 삼성전자 디바이스 솔루션 네트워크 총괄사장,토목공학 전공의 포항제철 유상부 회장과 금속공학 전공인 이구택 사장,제어계측공학 전공인 휴맥스의 변대규 사장 등 국내 굴지 기업의 전문 경영인이 된 동문들이 참여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서울대 공대는 현상황이 '절박한 위기상황'임을 인식하고 이들의 성공담을 중심으로 홍보책자 및 TV,신문광고도 제작할 계획이라고 한다. 공학을 전공한 후학으로서 어려운 환경하에서도 굴지 기업의 CEO 자리까지 올라간 선배 공학도의 노고에 존경심을 표시하지 않을 수 없다. 아울러 공대가 무너진다니 보고만 있을 수 없다며 이 운동에 어떻게든 참여하려는 그 열정에 또 한번 머리 숙여진다. 이공계가 무너지고 있다는 우려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지만 이들은 지금보다 더 열악한 조건이었음에도 당당히 제자리를 찾으신 분들임에 틀림없다. 그럼에도 이들을 모델로 내세워 홍보한다고 공대가 살아나리라는 기대는 너무 성급한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가져본다. 필요할 수는 있지만 본질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것이다. 모델을 내세워 공대에 많이 오게 만든다고 지금의 과학기술자들이 느끼는 박탈감과 같은 사기저하의 문제가 극복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장의 대다수 엔지니어들은 이들의 성공에 대해 극히 예외라고 생각하고 있으며 그들도 반도체와 자동차 업계 등을 일으켜세우고 대한민국을 여기까지 오게 했다는 자긍심은 거의 찾아볼 수 없고,스스로를 단순히 재주 부리는 곰이라고 자조하고 있다는 데 문제가 있다. 지금 정부에서도 이공계 출신을 위해 병역특례 확대 등을 고려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다. 이렇듯 구체적인 대우방안이 나와야 한다. 반도체 조선업의 호황에 다들 열매만 따먹으려 하고 실제 그 현장에서 일하려는 사람이 줄어드는 작금의 심각한 상황을 뒤집을 수 있는 다양한 정책이 정부와 기업에서 제시되고 실천되지 않으면 더 이상의 성공 신화는 보기 힘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