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유명 사립대학에는 '매니지먼트 컴퍼니'가 있다. 엄청난 규모의 기부금을 관리하는 회사다. 기금이 2백억달러에 육박하는 하버드대의 경우 기금증식을 위해 8천6백여개의 펀드가 운영되고,전문 펀드매니저만도 40명이 넘는다고 한다. 이에 힘입어 하버드대는 총운영비의 30%를 기금으로 충당하고 있다. 동부의 아이비 리그(Ivy League)인 예일 프린스턴 브라운 등은 물론이고 대부분의 유명 대학들도 대학운영에 기금이 절대적이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는 총장을 뽑을 때도 얼마만큼의 기부금을 유치할 수 있느냐 하는 능력을 따진다. 지난해 7월 로렌스 서머스 전 재무장관(47)이 하버드대 총장에 취임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여진다. 기부가 일상화돼 있는 미국에서는 모교에 돈을 쾌척하는 사례가 허다하다. 마치 기네스 북의 진기록을 경신하듯 독지가들의 기부금액수가 언론의 조명을 받곤 한다. 지난해에는 익명의 독지가가 뉴욕주 트로이시에 있는 렌슬리어 폴리테크닉 인스티튜트(RPI)대에 무려 3억6천만달러라는 사상 최대의 기부금을 내 전 미국 대학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들 기부금은 장학금,이·공계의 첨단기자재 구입에 쓰여지면서 대학의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기부자가 원한다면 자녀들에게 가산점을 주는 등의 방법으로 입학을 허가하기도 한다. 일종의 '기여입학'인 셈이다. 각 대학은 자율적으로 학생선발기준을 정하기 때문에 기부입학이 문제가 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 그렇다고 입학기준이 공개되는 것도 아니다. 연세대학교는 최근 '연세 사랑 한 계좌'제도를 신설하고,아울러 이를 관리할 기여금 관리위원회를 설치했다. 이는 사실상 기여입학제로 간주돼 벌써부터 찬반 양론이 첨예하게 맞서 있다. 지난해에도 격한 논란이 있었던 터라 그 추이에 관심이 크다. 기여입학제는 재정적으로 취약한 우리 사립대학들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제도라는 데에는 별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방법과 절차가 문제라면,이를 전적으로 대학 자율에 맡겨보면 어떨까.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ba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