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나만의 오리"..'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 부부의 사랑방정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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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착한 오리(the most innocent duck),세상에서 가장 예쁜 오리(the most beautiful duck) 당신은 지금 무엇을 하고 있나요..."
삼성테스코 이승한 사장(56)은 2월초 부인 엄정희 여사(52)에게 편지를 보냈다.
연애편지다.
오리는 부인 엄정희 여사의 별명.화를 낼 때 뾰루퉁해지는 모습이 영락없이 오리를 닮았다 해서 이 사장이 연애시절 붙여준 애칭.장년의 나이에 웬 연애편지냐고 하겠지만 이 사장은 결혼 27주년을 넘긴 지금까지 한달에 한번씩 부인 앞으로 연애편지를 쓴다.
부인이 영원히 신혼의 기분으로 살 수있도록 해주겠다는 것.
"리리미" 사랑
이 사장이 실천하고 있는 아내 사랑법은 한마디로 요약해서 "리리미". 병아리,동아리,도우미의 마지막 글자를 따서 만든 말이다.
병아리는 언제나 신혼처럼 살자는 의미다.
동아리는 취미생활을 같이 한다는 뜻이며 도우미는 남을 돕는 봉사활동을 내 삶처럼 여기자는 것.회사 일만 빼고 나머지는 모두 아내와 함께 한다는 얘기다.
액자에 말로만 박제돼 있는 모토가 아니다.
"리리미"는 그들의 삶속에 오롯이 녹아있다.
뒷산이 정겹게 다가오는 분당신도시 하나빌라 1층 이 사장의 집.뒷뜰에서 사진촬영을 요청했다.
카메라 앞에서 부인의 얼굴이 굳어지자 이 사장은 간지름을 치며 장난을 걸었다.
기자의 시선에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마치 TV연속극 속의 청춘남녀를 보는 듯했다.
부인은 예쁘게 나와야 한다면서 무려 다섯번이나 옷을 바꿔입고 사진촬영에 응했다.
동아리 생활도 뿌리를 내렸다.
테마여행을 가거나 요리 페스티벌이 대표적인 사례.가족 모두 영국에서 5년간 살았던 경험이 있어 저마다 팔을 걷어붙이고 요리 만드는 일이 낯설지 않다.
도우미 활동은 교회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부인은 교회신문 편집장,남편은 기자로 불우한 이웃들을 돕는데 열성이다.
이들 부부는 지난 75년 1월31일 결혼했다.
올해로 만 27년을 함께 살았다.
그동안 행복한 세월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견디기 힘든 불행을 겪기도 했다.
그 때마다 남편은 삶의 지줏대였다.
가족은 짐이 아니라 날개
"결혼한지 5년동안 애가 생기지 않자 남편은 입양도 상관없다며 나를 위로했어요.
어렵사리 낳은 아들 성주를 국민학교 때 저 세상으로 떠나보내고 그 충격 등으로 인해 암에 걸렸을 때 남편이 아니었다면 버티지못했을 거예요"
부인의 사랑이 한결같음은 남편이나 마찬가지다.
요즘도 출근때면 배웅을 마치고 '평온한 하루'를 기도한다.
처음 만날때 처럼 변색하지 않는 사랑을 하는게 가장 큰 내조라고 부인은 믿고있다.
"가족은 짐이 아니라 날개"라는 게 이들부부의 지론.요즘 젊은 부부들 사이에 인생을 마음껏 즐기려고 애를 낳지않거나 쉽게 헤어지는 풍조가 확산되고 있는데 그건 잘못이라는 충고도 곁들였다.
이들 사이에 딸 현주(20)양이 있다.
학구열도 닮은 꼴
두 사람은 무척 대조적인 환경에서 자라났다.
"남편은 아들만 일곱인 집의 막내,저는 딸만여섯인 집의 세째입니다.
집안 분위기도 무척 달라요.
친정은 기독교 문화속에 담담한 반면 시댁은 유교적 바탕에 열정이 들끓는 분위기죠"
이 사장이 이 대목에서 거들었다.
"가정에서 이질적인 문화를 조화하는 경험이 한국과 영국기업문화가 혼재된 삼성테스코를 경영하는데 큰 힘이 되지요"
이 사장은 아내의 희생정신이 집안의 온기를 유지하는데 커다란 역할을 하고 있다며 고마움을 나타냈다.
"서울에 4형제가 20년 넘게 살아왔는데 형수 세분과 집사람 모두 한번도 목소리를 높인적이 없었어요"
부인은 식구들 모두가 "꿈쟁이"란 점은 닮은 꼴이라고 말했다.
나이에 관계없이 자신을 업그레이드 하는데 열심이란 설명이다.
넘치는 학구열 덕택에 등록금 부담이 만만찮다.
딸은 대학에 다니며 부인은 교육학 석사과정에 늦깎이 입학했다.
이 사장도 도시계획학 박사학위 논문을 준비중이다.
"꿈쟁이들의 보금자리"에는 계절을 뛰어넘은 따사로운 햇살이 비치고 있었다.
강창동 유통전문기자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