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 프로] (2) '푸드스타일리스트' .. 박재은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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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고양이'라는 애칭으로 더 잘 알려진 신세대 푸드스타일리스트 박재은씨(28).
서울 청담동 그의 작업실에 들어서니 방안 가득 상큼한 민트향이 풍겨나왔다.
벽지는 물론 커튼까지 온통 빨간색으로 꾸민 20평 남짓한 이 좁은 공간에서 그는 요리를 통해 매일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낸다.
한쪽의 토스트와 계란프라이만으로도 하루는 동양풍, 또 하루는 유럽풍의 식탁이 만들어진다.
"음식을 통해 자신의 스타일을 표현하는 사람이 푸드스타일리스트예요. 요리에 예술가적인 감각을 불어 넣는 작업을 한다고 할 수 있죠"
그의 말처럼 푸드스타일리스트는 동영상이나 사진에 실리는 음식에 '언어와 이미지'를 부여하는 작업을 한다.
좀 더 세련되고 먹음직스럽게, 그리고 자신만의 개성을 얼마나 잘 접목시켜 음식을 연출하느냐가 이들의 능력을 평가하는 기준이 된다.
20대 후반의 박씨는 자신의 요리경력을 '20년'이라고 자부한다.
가족의 식단엔 언제나 손수 담근 장을 올려 놓을 정도로 요리에 열성을 보였던 어머니를 도와 유치원 때부터 '실전(?)'에 투입됐기 때문.
"요리를 생활일상의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여기며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 분야의 전문 서적이나 자료를 수집하게 됐죠. 나이가 들면서 아마추어적인 기술을 어떻게든 프로화시키고 싶었어요"
20대 중반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보내던 그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요리사들의 바벨탑'이라고도 불리는 세계적인 요리학교 코르동 블루에 입학하기로 작심했다.
집안의 반대도 심했지만 그의 길을 막지는 못했다.
2년의 교육기간동안 세계 일류 요리교수들이 보여주는 칼 놀림에서부터 스프 젓는 법까지 어느 하나도 놓치지 않았다.
남모르는 속앓이도 적지 않았다.
"생선까지는 참았는데 죽은지 얼마안된 닭이랑 토끼를 던져주며 목을 따고 내장을 청소하라는데 꼭 백정이 된 느낌인거 있죠"
코르동 블루의 체계적인 요리교육과 타고난 스타일리스트 '끼'는 그를 자연스럽게 푸드스타일링으로 이끌었다.
국내로 돌아와 우연한 기회에 잡지 촬영 제의가 들어왔고 업계에 입소문이 퍼지면서 일약 '스타덤'에 올랐다.
국내에 몇 안되는 코르동 블루의 종합학위(Grand Diploma) 소지자라는 희소성도 그의 몸값을 상종가까지 올려놓았다.
"패션디자이너가 옷에 관한 전문적인 지식을 가지고 있어야 하듯 푸드스타일리스트는 음식의 모든 것을 꿰뚫고 있어야 해요"
보기 좋은 연출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음식 재료들의 '궁합'을 잘 맞춰야 한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예를 들어 연어요리 위에 장식으로 올리는 허브를 고르는 데도 연어와 가장 잘 어울리는 향과 맛을 가진 것을 택해야 한다는 얘기다.
'완벽한 스토리라인을 가진 최고의 푸드스타일리스트'(월간지 메종의 신경화 기자)라는 평을 듣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단편적인 상상에 의한 요리연출이 아닌 하나의 작은 이야기가 담긴 예술 작품을 만든다는 것이다.
"5일 밤을 새우고도 다음날 다시 요리하고 싶은 걸 보면 이게 제 천직인가 봐요"
라면 한가지만 갖고도 1천가지가 넘는 연출을 할 수 있다는 그는 인기댄스 가수 싸이의 친누나이기도 하다.
이정호 기자 dolp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