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 관련 학술지들인 「문화재」 34호와 「보존과학연구」 22집(이상 국립문화재연구소) 및 「미술자료」 67호(국립중앙박물관)가 나왔다. ▲「문화재」 34호 : 옛 백제 영역 중에서도 서울과 천안을 중심으로 일부 지역에서만 출토되는 검은색간토기(흑색마연토기. 黑色磨硏土器)의 자연과학적 성분분석과 제작방법을 규명하려는 글 등 논문 11편을 싣고 있다. 이중 최석원 교수를 비롯한 공주대팀이 발표한 '백제시대 흑색마연토기의 산출과 재현연구'는 이런 토기가 종래 알려진 것과는 달리 검은색을 내기 위해 흑연이나망간을 쓰지 않았으며 고운 진흙으로 빚은 다음 숯을 입혀 800도 이상 고온으로 구웠다고 주장하고 있어 특히 주목을 끈다. 기전문화재연구원 김성태 학예실장은 '삼국시대 병기(兵器)체제의 연구'에서 기원전 2세기 이래 6세기 무렵까지 삼국시대 무기류를 분석한 결과 시대별, 지역별로 크게 8개 무기류 유형이 확인되며 6세기 중반이 되면 삼국은 완전히 동일한 병기체제를 이루게 된다고 주장했다. 김 실장은 무기에 초점을 맞춰 고고학적 유물을 분석할 때 신라의 경우 「삼국사기」 기록처럼 파사왕(재위 서기 80-112년) 무렵 경산의 압독국을 비롯한 경북 일대 주변 소국들을 병합해 들어갔다고 말했다. 이밖에 안동포 길쌈 노동교환조직, 17세기 한글 요리문헌인 「음식디미방」, 정병받침그릇, 경복궁 근정전 상량문 등에 관한 글이 수록돼 있다. ▲「보존과학연구」 22집 : 게재 논문 중 경남 사천 늑도 출토 고대 인골과 민통선 민묘 출토 인골에 대한 분자생물학적 연구성과는 고고학과 유전학의 만남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으며, 경남지역 가야 및 삼국시대 도.토기 유물 161점을 성분분석한 글 또한 주목된다. 또 감은사지 동탑 출토 금동사리함의 일부인 풍탁 유물을 통해 신라의 누금기술에 접근한 글은 현대의 반도체 기술을 연상시키고 있다. 5-6세기 삼국시대 아파트형떼무덤인 전남 나주 복암리 3호분 출토 철제유물에 대한 금속학적 조사 성과 역시 미스터리 투성이인 전남지역 고대사 연구를 한 차원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미술자료」 67호 : 7세기 전반 신라 불상양식(김춘실)과 신라하대 불탑조영사(소재구), 포류수금문(蒲柳水禽文)이라는 고려청자 문양(이희관), 윤두서 회화론(박은순)에 관한 논문 4편을 실었다. 또 자료 소개란에는 서공(徐恭) 신도비와 공주지역 분청사기 가마지표조사 결과가 소개되고 있다. 이중에서도 호림박물관 이희관 학예실장이 쓴 글은 독특하다. 이 글은 고려후기청자에는 흔히 등장하는 포류수금문(늘어진 버들과 뛰노는 짐승 그림)이 고려전기의 경우에는 불교 관련 용구에만 지극히 한정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까닭을 고려 지배층을 형성한 이른바 '문벌귀족'과 관련시켜 해석하고 있다. 그에 따르면 고려전기의 경우 포류수금문의 배경이 된 향리(鄕里.시골)는 지배층에게는 곧 유배와 같은 정치적 몰락을 상징했으므로 청자의 주수요층인 문벌귀족들이 이런 문양을 새긴 청자를 좋아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 기자 taeshi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