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대학입시의 정시모집 1차등록 마감결과가 여러가지로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서울대의 경우 등록률이 역대 최저치인 86.6%를 기록했고, 일부 단과대에는 서울대 사상 첫 추가모집 결정이 내려졌다는 소식이다. 여기에는 일부에서 말하듯 명문대의 독점 붕괴라든지 간판파괴 등 긍정적인 변화의 바람이 몰아친 측면도 분명 있을 터이지만 내용을 들여다 보면 결코 간과해선 안될 충격적인 대목이 있다. 이공계 기피현상이 다시한번 명백히 확인됐다는 점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대 공대와 자연대는 지난해에 비해서 거의 10%포인트가 하락한 81.9%라는 사상 최저의 등록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또한 서울대 전체 미등록자의 대부분이 바로 이공계 지원자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사정은 비단 서울대 만이 아니라 연세대 등 주요대학에서도 마찬가지인 것으로 드러남으로써 이공계 기피의 또 하나의 단면을 분명히 보여줬다. 이공계 기피현상은 사실 대학등록 이전의 단계에서부터 이미 여러번 우려돼 왔던 문제이기도 하다. 대학 수학능력 시험 응시자 수에서 자연계 비율이 1995년의 43%에서 금년에는 27%로 6년 사이에 16%포인트나 떨어진 실정이다. 학력의 질적 저하는 둘째치고 아예 고교생들이 자연계를 선택하지 않으려 함을 알 수가 있다. 또한 대학원 진학이라는 측면에서도 심각한 건 마찬가지다. 현재 서울대마저 대부분의 이공계 학과에서 대학원 정원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이다. 특히 이번처럼 공대나 자연대에 합격했으나 등록을 하지않은 학생중 대부분이 의ㆍ치대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이공계 대학원에 또 다른 위기를 예고하는 것이기도 하다. 앞으로 의과 치과 전문대학원이 도입되면 이공계 졸업생들마저 방향을 전환할 수 있고, 그럴 경우 이공계 대학원은 엎친데 덮친 격이 될 수 있다. 한마디로 모든 측면에서 이공계 기피현상이 분명하게 드러난 만큼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다. 미국처럼 해외에서라도 우수한 인력이 밀려오는 체제가 아니라면 기술ㆍ연구인력의 공동화는 곧 제조업 경쟁력과 신산업 발전의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나 다름없다. 사태의 심각성을 느낀 서울대가 병역특례제도의 개선 등을 요구한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국가적 문제인 만큼 정부는 특단의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 한다. 원초적인 과학교육의 개선에서부터 인적자원 배분의 왜곡을 초래한 교차지원 등의 손질, 그리고 사회적 대우나 환경측면의 유인책 강화가 있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