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와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경제계의 걱정이 크다. 선거철만 되면 정치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사례가 다반사로 일어나기 때문이다. 한시가 급한 경제 현안들이 정치논리에 밀려 논의조차 이뤄지지 못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자동차보험료 지역별 차등화 문제가 그런 경우다. 원인은 따로 따져봐야겠지만 지역별로 자동차 사고율은 상당한 차이가 난다. 당연히 손해보험회사의 자동차보험 손해율도 지역별로 들쭉날쭉한다. 보험사가 거두어들인 보험료중 사고 보상 등으로 지출한 금액비중이 손해율이다. 손보업계 집계에 따르면 작년 4∼9월중 손해율이 가장 높았던 지역은 전라북도(81.7%)였다. 반면 부산(55.9%) 제주(57.3%) 지역은 손해율이 훨씬 낮았다. 지역별로 손해율 편차가 이렇게 큰 데도 보험료는 똑같다. 지역별 위험 요소를 보험료 산정에 반영하지 못하도록 금융 당국이 규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손해율이 높은 지역에서 영업하길 꺼릴 수밖에 없다. 텔레마케팅으로 평균 15% 가량 저렴한 자동차보험을 팔고 있는 교보자동차보험은 주로 손해율이 낮은 수도권과 부산 시장만을 공략하고 있다. 손해율이 높은 지역에 사는 운전자 중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 모든 보험사들로부터 보험 가입을 거절당하는 사례도 있다. 이렇게 모든 보험사에서 거절당한 사람은 이른바 '불량물건'으로 분류돼 10∼20% 가량 높은 할증료를 물어야만 신규 보험 가입이 허용된다. 지역별 보험료가 차등화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보험 정책 당국자들도 지역 특성에 따른 보험료율 차별화가 필요하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미국이나 프랑스 등 선진국에서도 이미 도입한 제도다. 그런데도 정책 당국자들은 당장 이 문제를 다루는 것을 부담스러워 한다. 선거를 앞두고 자칫 지역 정서를 자극할 수 있다는 것이다. 작년 10월께 열기로 했던 공청회도 이런 이유로 무산됐다. 하지만 중장기적으로 교통사고를 줄이려면 경과 기한을 둬서라도 지역별 보험료 차등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보험료가 차등화되면 지방자치단체는 교통사고를 줄이려고 다양한 노력을 기울일 게 분명하다. 정책 담당자들이 이 눈치 저 눈치 보는 '정치 후진국'에서 탈피하지 않고서는 보험산업 선진화도 요원할 수밖에 없다. < iklee@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