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엔 약세에 따른 원화 환율의 부침이 심하다. 국제교역을 통한 국가경제 의존도가 높은 우리 입장에서는 환율 움직임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기업들 역시 환 변동에 따라 손익의 편차가 심하게 난다. 환 변동에 대한 관리시스템은 여전히 취약하다. 특히 최근 엔 약세의 진전에도 불구,원화의 동조화가 희석되면서 일본과의 수출경쟁력이 악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있다. 정부에서도 환위험 관리를 위한 제도적인 방안을 마련했다. 그러나 기업들의 미진한 인식과 정책의 미비점은 앞으로도 많은 과제가 남아있음을 시사하고 있다. 한국경제신문은 이같은 문제점에 초점을 맞춰 환위험 관리에 대한 특집을 마련,각계의 전문가들을 모시고 지난달 30일 "좌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는 환위험 관리에 대한 인식의 문제점과 그 해법을 찾아봤다. 좌담회는 한상춘 한국경제신문 전문위원 사회로 김기석 탑존 대표,박동순 금융감독원 외환감독팀장,이석재 한경닷컴 기업금융팀장,장용 다임 인베스트먼트 이사 등이 참석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가나다순) .............................................................. 사회=연초부터 환율이 현안이다. 문제의 발단은 일본경제다. 위기설이 돌고 있는 일본 경제의 향방은. 장용 이사=일본 경제는 우선 1989년부터 10년 이상 경제 불황의 연속선상에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는 기업도산이며 실업률 증가,내수.수출 하락 등 기대할 것이 없다. 고이즈미 내각이 출범하면서 구조조정을 추진하고 있다. 1~2년 성장이 후퇴하고,기업도산,실업증가가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됐던 바이긴 하다. 경제 회복은 올해도 어려워 성장률은 -1~-2%정도이며 내년에 극심한 침체를 벗어나면서 1%정도 플러스 성장을 예상하고 있다. 사회=그렇다면 엔화 환율은 김기석 대표=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2월말에 평균 131엔,3월말에는 133엔정도가 예상됐다.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 자체가 워낙 취약해 135~140엔에서 고점이 형성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미국과 세계 경제의 회복이 가시화되는 하반기들면 엔 강세가 점진적으로 진행되면서 120엔대로 진입할 것으로 보인다. 이석재 팀장=엔 약세 속도가 현재까지 너무 빠르게 진행돼 속도조절이 있을 듯 싶다. 근본적으로 일본 경제의 펀더멘털 개선이 구름에 가려져 있어 언제쯤 엔 강세로 갈 지 예측이 쉽지 않다. 또 한국,중국 등 주변국의 불만에 대해 일본 정부가 충분히 의식하거나 인식할 지에 대해 회의감이 든다. 엔화가 달러당 140엔까지 갈 수 있는 가능성은 배제하지 못한다. 사회=환율 수준뿐 아니라 환율 변동도 심해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김 대표=작년 원화 환율의 하루평균 전일대비 변동폭은 4.8원으로 전년도의 3.3원에 비해 확대됐다. 일중변동폭 역시 전년 5.3원에서 6.7원으로 확대됐다. 올해 들어서도 엔화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으로 진폭이 심하며 1/4분기에도 이런 상황이 이어질 것 같다. 전문가들에 대한 조사결과,원화 환율은 3월말까지 엔화의 영향권내에서 1,300원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됐다. 사회=일본 정부의 엔저 유도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나 미국에서도 방관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 반면 아시아 통화간에는 마찰이 생기고 있다. 어떻게 보는 것이 좋나. 박동순 팀장=일본이 통화가치 하락을 유도해 수출증대와 경기회복을 꾀하는 효과는 미미하고 제한적이다. 엔화는 140엔 이상 약세를 보이긴 힘들 것이다. 그 이유로 주변국에서 엔화가치 하락을 눈여겨보고 있으며 특히 중국 위안화가 움직이면 아시아 통화는 도미노 현상을 통해 제2의 동남아 위기가 도래할 수도 있다. 장 이사=엔화가 10% 절하되면 일본의 실질이나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0.6%씩 상승하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작년 채산 엔화 환율이 109엔이었으며 현재 133엔 정도면 명목상 24엔 정도의 수익개선 효과가 있다. 그러나 결과와 기대사이에서 나타난 엔 약세 효과를 보면 3보 후퇴했다가 2보 전진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기업의 수익개선 효과 24엔은 무조건 플러스가 되는 것이 아니고 오히려 마이너스가 될 수도 있다. 사회=문제는 원화다. 수출기업은 대체로 환율에 많이 의존하는 경향이 있다. 외국자본의 유입이 많아 엔화 환율과 원화 환율간에 간극이 벌어지면서 원-엔 동조화 이탈 현상이 빚어지고 있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가. 이 팀장=작년의 경우 엔화와의 동조화가 강했는데 올 들어 원/엔 환율이 980원선까지 하락하다보니 표면상 비상이 걸린 것 같다. 최근 엔 약세 속도가 둔화되고 있지만 정부에서도 수출 증진을 위해 엔과의 동조화 현상에 신경을 쓰고 있으나 최근 이탈은 불가피하다는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당국에서 내부적인 견실성을 고려하고 있립?일본과의 경합문제로 들어가면 수출회복 등을 고려해서라도 원/엔 환율이 마냥 떨어지는 것은 방어해야 한다. 사회=원/엔 환율이 떨어져서 기업들의 채산성이 떨어졌다. 다른 부문을 통해 채산성 수익이 커버되지 않으면 수출이 어렵다며 정부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다. 박 팀장=환율과 수출,경상수지 관계를 엄밀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 지난 98년 대규모 경상흑자는 높이 올라간 환율 때문만은 아니다. 수입이 감소해서 그렇다. 즉,환율보다 해외 수입국의 수요에 의해 더 영향을 받고 환율은 그에 비해 영향력이 적다. 환율이 수출입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 대책을 세울 수 있으나 환율에 대한 정부 입장은 시장자율에 맡긴다는 것이다. 다만 급등락시에 미세조정(스무딩오퍼레이션)을 할 수는 있지만.원/엔 환율도 인위적으로 조정할 시기는 아닌 것 같다. 사회=올해 개별주식 옵션시장이 열리는 등 환율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변수가 많아졌다. 환율 변동성 확대에 대한 인식제고를 위해 정책적으로 필요한 부분은 없나. 박 팀장=2단계 외환자유화로 외환거래가 거의 자유화됐고 자율변동환율제라서 자본 유출입이 빈번할 수밖에 없다. 변동성을 줄이려면 외환시장 규모를 키워야 한다. 현재는 투기 규모가 선진국에 비해 극히 미미하다. 우리는 투기와 실수 거래 비중이 현재 6대4 정도다. 선진국은 대부분 투기 거래다. 예를 들어 우리와 교역규모면에서는 비슷한 캐나다의 일평균 거래규모는 200억달러가 넘는다. 우리나라 금융회사나 기업에서는 투기거래에 대한 인식을 바꿀 필요가 있다. 현재 은행과 종금으로 참여가 제한돼 있으나 다른 금융회사나 큰 기업에 이를 허용해 거래 규모를 늘려야 한다. 이 팀장=현재 국내 외환시장의 거래시간도 거래량 증대에 제약요인이 있지 않나. 박 팀장=우리나라는 현재 장내 거래 위주다. 선진국은 장외 위주기 때문에 시간 개념 없이 거래가 이뤄진다. 표면적으로도 장외거래를 활성화시킬 필요가 있다. 사회=그동안 국내 기업들은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이 노출돼 부작용이 많았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어떤 문제가 있었나. 이 팀장=기업들이 환변동 위험 발생 시점에 대한 인식을 바꿔야 한다. 무역거래 시점부터 이를 인식해야 하나 현재는 회계상의 위험만 놓고 인식하는 경향이 강하다. 눈으로 가시화할 수 있는 위험을 간과하다보니 장사는 잘해 놓고 눈에 보이지 않는 손실 때문에 원인도 모르고 환위험에 노출된다. 장 이사=우리나라 기업이 환위험 관리에 취약한 근본적인 이유가 있다. 과거 저금리로 정부에 자금을 융자하고 해외시장개척에도 정부가 나섰고 국내서도 독점적 지위를 누린 측면이 있다. 수출만 하면 기업이 크는 시스템 내에서 안주했다. 또 주가,금리,환율,물가의 가격변수 네 가지 중 주가만 빼고 정부가 관리해준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었다. 그래서 가격변수에 대한 위험 생각을 안 했다. 국가가 기업에 손해를 안보게 해 줄 거라고 인식하다보니 주주나 이해관계자에게 알려서 전문가나 전담부서를 양성하지 않았다. 사회=IMF를 겪고 나서 환위험에 대한 인식은 높아졌고 정책적으로도 환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방안이 마련됐는데 소개해 달라. 박 팀장=IMF를 겪으면서 환차손 발생기업이 많이 생겼다. 그래서 일부 대기업에서 환위험 헤지에 본격 나섰으나 중소기업의 경우는 그렇지 않다. 그래서 작년 4월 1일부터 은행을 통한 기업의 환위험 관리를 시작했다. 조만간 기업 환위험 관리지침서(가칭)를 만들어 보급 예정이다. 두 번째로 교육 활동이 있다. 금융연수원에 환위험 관리 기획프로그램을 짜도록 유도했다. 세 번째로 하부구조 구축인데 은행들에게 환위험 헤지와 관련한 상품을 개발하도록 지도하고 있다. 네 번째,수출보험공사에 환변동 보험을 확대하도록 하고 손보사에 대해 수입보험을 개발.판매하도록 권유했다. 마지막으로 기업 환위험 헤지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으면 안 되니까 외환시장 활성화차원에서도 관련부처와 협의해 마련할 계획이다. 이외에 중소기업들의 인적자원이 부실하다보니 전담조직을 설치해 관리할 여건이 안 되기 때문에 거래은행이 환위험 컨설팅을 해주라고 권고했다. 일부에서는 환위험 컨설팅 전담조직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사회=정책이 마련돼도 기업에서 접근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는데 정책보완 측면이나 기업들이 실효성 있고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환위험 헤지 방안을 든다면. 이 팀장=기업들은 실제 현장에서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에 봉착한다. 우선 은행을 통한 환위험 관리 지원에 대한 권유도 은행이 자율적인 선택 문제라 한계가 있다. 두 번째 은행들은 환 컨설팅에 대한 노하우가 없다. 세 번째로 기본적인 리즈앤래그나 네트 등은 잘하나 다른裡梔測騈?열악하다. 선물환거래의 경우 거래규모 기준이 중소기업에게 제약 요인이다. 통화선물시장을 통해도 1,2개월물이 고작이라 기간상 부합되지 않고 선물거래가 활성화되지 않고 있다. 중소기업들이 은행에 가서도 환위험 관리 상품이나 선물환거래를 활성화 할 수 있도록 당국에서 지원을 해줬으면 한다. 장 이사=일본의 경우 중앙은행(BOJ)나 정부에서 설문조사를 통해 업종,기업,규모별로 나눈 뒤 이를 체계화해 환율 정책을 펴나간다. 또 연구회가 발달돼 있어 민간 기업과 정부 관계자가 함께 토론하며 시각 차이를 메우곤 한다. 여기서는 비전문적인 기업이 있으면 교육도 시켜주고 정보를 주고 전파한다. 일본도 실제 환위험 헤지수단은 많지 않다. 김 대표=여러 강연 등에 나가보면 느낄 수 있는 부분이 있다. 환위험 헤지는 위에서부터 인식이 시작돼야 한다. 환컨설팅 업체는 많이 생겼으나 기업은 CEO의 인식이 부족해 수급상에 차이가 있다. 환 때문에 회사존폐 여부가 거의 발생하지는 않기 때문에 다른 것에 비중을 많이 둔다. 또 외환 딜러에 비해 컨설턴트에 대한 인식이 미치지 못한다. 정부에서 적극적으로 나서 양성하고 보급되면 인식이 나아질 것이다. 이 팀장=환위험 관리를 통해 기업들이 받을 수 있는 인센티브는 금리혜택 뿐 아니라 선물환을 잘하면 다음 연도에 크레딧라인이나 보증금 등의 금액을 낮출 수 있는 방안을 넣도록 할 수 없는지 제안하고 싶다. 금리나 여신 한도면에서는 제도가 만들어졌으나 실제적으로 외환과 관련한 제도는 빠졌다. 정리=이준수 한경닷컴기자 jslyd01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