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작년 증시에서 LG건설과 대림산업이 건설주를 이끄는 쌍두마차였다면 올해 건설주에 대한 증권가의 관심은 현대건설과 대우건설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 두 회사가 기업실적면에서나 주가 측면에서 재기에 성공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는 애널리스트 사이에서도 견해가 엇갈린다. ◇특혜에 기댄 회생=외환위기 이후 기업 구조조정의 수단으로 활용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은 한때 ''건설사의 무덤''으로 통했었다. 워크아웃을 추진했던 동아건설 우방 등 간판 건설사들이 결국 줄줄이 퇴출판정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우건설 현대건설은 회생을 도모한 경우다. 대우건설은 옛 ㈜대우가 건설 무역 잔존회사등 3개사로 분할되면서 부실부문을 잔존회사에 떠넘기고 대대적인 채무재조정을 거쳐 클린컴퍼니로 다시 태어났다. 현대그룹 분가의 소용돌이에 휘말렸던 현대건설은 정부와 현대그룹의 밀고당기기 끝에 채권단으로 부터 대규모 채무를 탕감받고 올해 흑자전환을 목표로 재도약을 준비 중이다. ◇턴어라운드(turn-around) 가능할까=올 증시의 화두 중 하나는 ''턴어라운드''이다. 업황이 바닥을 치고 실적 회복국면에 돌입하는 기업들의 주가가 지수 상승률을 초과할 가능성이 높은 종목으로 부상하고 있다는 얘기다. 대표적인 게 저가 건설주. 특히 대규모 채무재조정을 통해 외형상 재무안정성을 높인 대우·현대건설이 꼽히고 있다. 대우건설은 작년 12월29일 채권단이 8천6백60억원의 부채를 의무전환 조건이 달린 CB(전환사채)발행을 통해 출자전환함으로써 부채비율이 작년 3·4분기말 4백9.6%에서 작년말 2백21.1%로 급감했다. 출자전환에 따른 올해 경상이익 증가액만 6백84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증권 허문욱 연구원은 "재무구조개선으로 PQ(사전자격)심사에서의 불이익에서 벗어날 수 있어 공공부문 수주경쟁력이 회복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라오스 수력발전소 지분 매각대금(1천5백70억원)을 받았고 리비아 미수대금도 원활히 회수되는 등 올해 자구계획(1천6백20억원)은 상반기 중 마무리될 전망이어서 이르면 1·4분기내 워크아웃 조기졸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채권단은 현대건설에 대해서도 지난 2000년 4조5천억원대에 달하던 차입금을 작년말 1조9천억원대까지로 줄여줬다. 이 회사 관계자는 "작년말 쿠웨이트의 석유 및 가스공사 참여제한이 해제되는 등 해외수주 여건이 개선되고 있다"며 "올해 해외부문 매출과 수주목표를 각각 18억달러씩으로 높여 잡았다"고 밝혔다. 1·4분기 중 10억달러 이상의 중동 해외공사 수주도 유력시되는 상황이다. 건설업종 담당 애널리스트들은 "재무적 위험이 크게 줄어든 만큼 대우건설과 현대건설의 수주 및 시공능력 등을 감안할 때 다른 건설사 대비 20∼30%의 프리미엄은 주가에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단기 모멘텀 플레이가 적절=거들떠 보지도 않던 이들 주식에 외국인과 국내기관의 입질도 시작됐다. 하지만 단기 모멘텀 플레이가 주류를 이룰 전망이다. H투신 펀드매니저는 "주가가 빠졌을 때 주식을 모아뒀다가 대형 공사 수주나 워크아웃 졸업 등 특별한 재료에 힘입어 단기 급등할 때 차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오는 매매에 주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채권단이 보유한 엄청난 출자전환 물량이 부담요인이기 때문이다. 매각제한을 두고 채권단협의회를 통해 물량출회를 조절하겠지만 두 회사 모두 현재 유통되는 주식이 채권단 보유분을 포함했을 때 전체의 10% 안팎에 불과하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는 것. 모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엄청나게 늘어난 주식 수를 감안할 때 주가를 판단하는 주요 요소 중 하나인 주당순이익(EPS)의 개선을 기대하기는 요원하다"며 "4천원대에서의 활발한 움직임은 가능하겠지만 액면가 이상으로 주가가 한단계 업그레이드할 가능성은 당분간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민하 기자 haha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