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기업들이 최고의 몸값으로 스카우트하고 싶어하는 글로벌 CEO,직원의 라이프 빌딩까지 설계해주는 매력적인 경영자,제품 수명이 다할 때까지 애프터서비스를 해주는 성공기업의 최고책임자. 박인순 한국 스파이렉스 사코 대표(58)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끝이 없다. 그중에서도 그의 경영철학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것은 ''고객과 직원에게 매순간 엑스터시를 맛보게 하는 회사의 CEO''라는 대목이다. 그가 최근 펴낸 책 ''절정경영(Ecstasy Management)''(베스트셀러출판사,9천8백원)에서 성공경영의 노하우를 상세하게 공개했다. "사랑에 빠지면 누구나 예뻐지고 흥분 상태가 되지요. 뇌 속에 쾌감을 관장하는 엔돌핀이라는 호르몬이 대량으로 분비되기 때문입니다. ''절정경영''이란 구성원 모두를 이런 상태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고 동시에 그 상태가 계속 유지되도록 훌륭한 파티를 여는 것입니다" 절정경영의 리더는 ''파티''에 참석하는 사람들을 즐겁게 만들어주는 호스트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모두가 자발적으로 참석하고 싶도록 이끄는 것,그 즐거움이 충만한 분위기가 유지되도록 연출하는 호스트(리더)의 작업이 곧 절정경영이라는 얘기다. 고교 시절 마라톤 선수로 1등을 차지했던 그는 절정경영의 또다른 비법을 마라톤에서 배웠다고 한다. 처음 5㎞까지가 가장 힘들지만 이 고비를 넘기고 나면 환희의 상태로 돌입하는데 이른바 ''달리는 자의 절정''이 곧 성공적인 기업경영 원리와 닮았다는 것이다. 1976년 미국에서 공부를 마치고 돌아와 한국과학기술연구소 경제분석 연구원으로 일하던 그는 영국 스파이렉스 사코의 한국 책임자를 찾는다는 소식을 듣고 과감하게 ''1인 벤처기업''으로 독립했다. 2년간 시장조사와 회사설립 준비로 분주하게 움직이던 그는 텔렉스와 기초 사무장비가 갖춰진 호텔방을 사무실로 사용했다. 1978년 그는 한·영 합작으로 지금의 회사를 창립했다. 그 때 나이 34살이었다. "그러니까 첫 절정은 코리아나호텔 1124호에서 맛보았던 거죠" 한국 스파이렉스 사코는 스팀트랩과 감압밸브 등 에너지 절약형 기기와 기술을 판매하는 회사.직원 1백60명이 연간 3백65억원(2001년)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시장규모가 10배나 되고 3년 먼저 생긴 일본 법인보다 훨씬 좋은 성적이다. 가족적인 분위기에 장기근속자와 여성부서장이 많은 기업문화,신입 영업사원에게 자동차 노트북 휴대전화를 선물하는 경영방침,기술이나 서비스보다 혼을 파는 전략 등이 성장의 큰 열쇠였다. 그의 흑자경영 4대 요인은 ''일관된 경영이념''과 ''제품 수명이 다할 때까지 책임 서비스'' ''우수 인력'' ''이익 공유 시스템''으로 요약된다. 뒷부분에 나오는 ''아마추어정신을 간직하라'' ''냉정한 낭만주의자가 되어라'' ''갈대의 부드러움을 배워라'' 등 절정경영 리더의 7가지 덕목도 깊이 음미해볼 만한 내용이다.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