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규슈의 최남단에 위치한 가고시마는 남국의 정취가 물씬 풍기는 관광지다. 역사적으로 일본의 대외교류 관문이었던 가고시마는 한반도와도 밀접한 관계를 맺었었다. 임진왜란때 잡혀간 조선의 도공 심수관과 그 후예들이 탁월한 도자기문화를 꽃피워 한국인의 역사문화탐방 발길이 그치지 않고 있다. 최근 가고시마를 배경으로 한 일본영화 ''호타루''가 한국극장에 걸리면서 가고시마관광이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가고시마 시내.사쿠라지마 화산 =역사와 자연의 위력을 두루 체험할 수 있다. 사쓰마 번을 7백년간 지배해온 시마즈가의 장원인 이소정원을 필두로 사이고 다카모리 등 일본 근대화 주역들의 흔적을 살필 수 있다. 시내의 아쿠아수족관은 지상에서 가장 큰 상어 진베이를 비롯 신비한 해저세계를 눈앞에 펼쳐 놓는다. 육지가 되고 싶었던 섬 사쿠라지마. 해발 1천1백17m의 높이를 자랑하는 가고시마의 상징이다. 유사 이래 30회가 넘는 폭발을 거듭했다. 1914년 폭발 이후 대량의 용암이 흘러내려 당시까지 섬이었던 사쿠라지마와 오스미 사이의 해협을 메워 뭍이 되었다. 지금도 하루 수차례나 화산연기를 뿜어내며 미완의 꿈을 하늘로 쏘아댄다. 어쩌면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경계하는 신의 봉화인지도 모른다. 갖가지 형상을 한 용암길을 걸으며 오묘한 자연의 조화에 감탄하다 무심코 눈을 돌리면 긴코만의 넉넉함이 여행객의 마음을 살포시 감싸준다. 세계 최대의 사쿠라지마 무와 지상에서 가장 작은 밀감도 이곳에만 허락한 하늘의 혜택이다. 지란(知覽).가이가타(海瀉) =긴코만에 점점이 떠 있는 고깃배와 드넓은 바닷가 이곳저곳의 간바치(방어)양식장. 가이카타는 삶의 여유가 물씬한 어촌이다. 이 곳은 지난해 5월 상영돼 흥행에 성공한 영화 호타루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일본에서 2백만명이 넘는 관객을 동원한 이 영화의 주촬영지로 알려지면서 관광객의 발길이 잦아지고 있는 것. 가고시마 당국이 이곳을 필수 관광코스로 추가하면서 1만명 가까운 일본인들이 새로 찾아오는 등 문화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조용하고 수려한 풍광만큼 음식도 담백하고 깔끔하다. 방어 외에도 세로멸로 불리는 멸치류 회와 가고시마 특산 흑돼지고기를 양념해 삶은 돈코쓰는 이 지역의 추천메뉴. 2차대전 말기 일본 육군소속 자살비행대원들의 사진 유품 등을 전시해 놓은 지란의 특공기념관에도 호타루 흥행을 계기로 관람객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이 특공기념관엔 한국인으로 희생된 11명의 유품과 사진도 전시하고 있다. 매년 5월3일 한국인 위령제가 열린다. 이 자리에는 일본의 도자기 대가 심수관옹도 줄곧 참석, 남다른 조국애와 평화애를 알리고 있다. 전통 사무라이들의 가옥을 원형대로 보존한 무사마을도 색다른 볼거리다. 플라워 파크 가고시마 =아열대식물을 가능한 한 실외재배 전시하는 규슈 굴지의 꽃공원. 꽃과 바람 그리고 빛의 3대 테마로 부겐비리어를 비롯 2천4백종 40만그루의 식물을 전시하고 있다. 이 지역의 화훼생산과 공급의 거점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케다호수를 수놓는 유채군락은 여행객의 마음을 한없이 달뜨게 한다. 정용성 기자 herr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