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종근 전북도지사는 ''IMF 스타''다. 그 당시 대통령 경제자문역을 맡아 해외투자를 유치하는 등 IMF 소방수로서 맹활약,국제경제 감각이 뛰어난 도백(道伯)이란 명성을 얻었다. 유 지사가 대권도전을 선언하며 ''경제 대통령'' ''CEO 대통령''이란 새로운 개념을 제시한 것도 그의 이런 경력과 무관치 않다. 유 지사는 지난 21일 서울 여의도 이트로닉스 빌딩에 있는 경선캠프에서 한국경제신문과 인터뷰를 갖고 ''경제전문가이자 민주적 리더십을 갖춘 인물이 차기 국가경영을 맡아야 한다"며 자신이 적임자임을 분명히 했다. [ 대담 = 김영규 < 정치부장 > ] ----------------------------------------------------------------- -경선출마가 다소 의외라는 반응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출마동기를 밝혀 주시겠습니까. "IMF 초기 소방수 역할을 하면서 국가 시스템이 안고 있는 많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해결해야 ''강한 경제''를 실현할 수 있다는 소명의식에서 대선 출마를 결심한 것입니다. 저는 우리나라의 문제점에 대해 일관되고 체계화된 해결책과 국가비전을 갖고 있습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조금 늦게 뛰어 들었습니다. 후발주자로서 어려움은 없는지요. "최근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다른 선발주자들의 인기는 정체상태에 있지만 저의 대중적 지지는 높아가고 있습니다. 지역경선 토론회와 TV토론 등을 통해 승리의 전기를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래 전부터 CEO 대통령을 주창해 왔습니다. CEO 대통령의 개념을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과거 대통령이 제왕적 통치자라면 CEO 대통령은 독단이 아니라 시스템에 의해 의사결정을 하는 국가경영자입니다. 각 부문의 소리를 아우르는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같다고 할 수 있지요. 대통령 혼자 또는 관료 몇 사람이 정책을 결정하는 시대는 지났습니다. 충분한 논의없이 결론을 도출하면 추진과정에서 혼란이 나타나기 때문입니다. 최근 한 정책을 놓고 재경부와 금감위가 다른 소리를 낸 것이나 청와대 경제조정정책회의에서 논의조차 하지 않고 빅딜이 결정된게 그 예입니다. 의사결정은 다소 더디지만 한번 결정되면 참여자들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여야 강한 정부가 됩니다" -현 정부의 개혁정책에 대해 평가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방향은 옳았다고 봅니다. 그러나 개혁은 초기에 할 수 있는 것은 다 해야 성공할 수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저항이 커져 추진력을 잃게 되지요. 현 정부는 처음에 어느 정도 하다가 저항에 부닥치면서 너무 쉽게 타협을 해버렸습니다. 영국의 대처 총리는 얼마나 강하게 개혁을 추진했습니까" -현 경제가 IMF 이전보다 별로 나아진게 없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우리 경제도 이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야 합니다. 글로벌 경쟁이 안방까지 침투한 상황에서 다른 방법이 없습니다. 농민들이 항의하고 반대한다고 쌀시장 개방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더 이상 경쟁력이 없으면 살아남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경쟁력은 정부의 보호로 길러지는게 아니라 기업 스스로 경쟁에 부딪치면서 길러야 합니다. 정부의 역할도 경쟁을 적극 유도하는 쪽으로 가야 합니다" -기업은 정부가 새로운 룰을 너무 많이 만들어 경제활동을 위축시키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유 지사는 오히려 기업개혁이 미흡하다는 입장입니다. "대기업이 투명하고 공정한 경쟁을 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는 관행이 정착돼 왔다면 정부가 제재할 이유는 없다고 봅니다. 그러나 재벌은 정부 정책에 적응을 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룰이 있어도 자꾸 어기고 부당내부 거래 등을 행하는게 현실입니다. 오너체제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의사결정이 빠르게 이뤄지는 순기능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나 필연적으로 크게 실수할 가능성도 상존합니다. 오너의 결정을 제도적으로 견제할 장치가 없어 나중에 크게 잘못될 경우 문제가 심각합니다. 그래서 시스템에 의한 경영이 필요한 것입니다" -최근 들어 현 정부 경제팀의 교체를 여러차례 요구하셨습니다. 현 정부 경제운영의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DJ노믹스는 정부가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룰을 만들고 공정경쟁을 저해하면 제재를 가해 경쟁을 유도하자는게 그 원칙입니다. 그러나 현 경제팀은 DJ노믹스의 원칙과 괴리를 보이고 있습니다. 집권 초기 시장경제를 원칙으로 내세웠으나 대우문제에 부딪치자 금융권에 압력을 넣어 만기를 연장하면서 이 원칙을 무너뜨린게 그 예입니다. 게다가 세계경제의 패러다임이 변했는데 우리 경제팀은 여전히 구시대 패러다임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관치경제를 하지 않는다고 하면서도 실제로는 관치경제를 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교체를 요구한 것이지요" -김대중 대통령이 ''개각을 숙고 중''이라고 언급한 뒤 2월 개각이 기정사실화되는 분위기입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물난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은 것 같습니다. "장.차관 출신에서 후임자를 찾으려고 하니 그런 얘기가 나오는 것입니다. 학자 중 리더십이 있는 인사나 경제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분 중에서도 찾을 수 있습니다. 국가위기 상황에서 대통령이 안전한 길을 택하다보니 DJ노믹스와 맞지 않는 정책이 나오지 않습니까" -''윤태식 게이트'' 등을 계기로 정부의 벤처정책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습니다만. "김 대통령이 벤처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독려한 것은 미래를 내다본 훌륭한 결정입니다. 그러나 육성책이 관 주도로 가다보니 결과적으로 심각한 도덕적 해이를 가져왔습니다. 벤처는 말 그대로 모험정신에서 출발해야지, 정부의 지원이 토대가 돼서는 안됩니다. 정부가 개입하다보니 유혹의 손길이 들어오고 청와대까지 여파가 미친 것입니다. 기업 여건을 만들어 주는게 필요한 것이지, 정부가 지정하고 돈을 대주는 것은 시장을 왜곡하는 것입니다" -김 대통령이 연두회견에서 비리척결을 위한 특별수사검찰청 신설을 지시하셨습니다. 실효성이 있겠습니까. "반대합니다. 여건을 제도적으로 개선하는게 필요한 것이지, 사정을 한다고 비리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재창 기자 lee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