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론사의 전직 임원이 지난해 10월 연방정부가 엔론에 대한 조사를 착수한 이후 엔론의 휴스턴 본사에서 문서 파기작업을 계속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증권관리위원회(SEC)는 지난해 10월 중순 엔론 조사에 착수한 바 있다. 모린 캐스터네다(여)라는 이름의 전직 이사는 21일 ABC 방송과 생방송 회견을 통해 지난해 11월말부터 휴스턴 본사의 19층 회계담당 부서 사무실에서 문서파기 작업이 시작됐으며 적어도 지난 주까지 문서파기가 계속됐다고 밝혔다. 해외투자담당 부서의 책임자로 일했던 이 여성은 조각조각난 문서가 담긴 상자하나를 보여주면서 자신이 회사를 떠나오면서 평소 사용하던 물건을 담아 왔던 상자라고 설명하고 "이 상자 말고도 파쇄된 문서를 담은 상자가 많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전직 임원은 자신이 회사를 그만둔 1월 둘째 주까지 문서파기 작업이 계속됐으며 현재도 이 작업이 계속되고 있는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전직 임원이 공개한 파쇄 문서 가운데는 `기밀''이라는 글씨가 표시된 문서조각도 발견됐다. 엔론 측의 로버트 버넷 변호사는 이와 관련해 성명을 내고 "문서 파기와 관련한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버넷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회사는 향후 소송에 대비해 모든 관련 문서를 보존하도록 전세계 모든 직원에게지시사항을 전달한 바 있다"면서 "만일 누군가가 이 지시를 위반했다면 응분의 조치를 받게 된다"고 말했다. 법률전문가들은 연방정부의 조사가 진행중인 상황에서 문서파기가 이뤄졌을 경우 이는 범죄행위의 증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엔론의 회계법인 아더 앤더슨에서도 엔론 관련 문서가 파기된 것으로 밝혀진데 이어 엔론 자체에서도 문서파기 의혹이 제기됨으로써 엔론 사태를 둘러싼 의혹은 더욱 증폭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연합뉴스) 이도선 특파원 yds@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