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훈현 9단과 유창혁 9단이 세계기전 첫 그랜드슬램의 영예를 놓고 제6기 LG배 세계기왕전 결승(5번기)에서 맞붙게 됐다. 조 9단과 유 9단은 지난 18일 광주 무등파크호텔에서 벌어진 대회 준결승에서 각각 이창호 9단과 이세돌 3단을 제압하고 결승에 안착했다. 조 9단은 이날 이 9단의 두터운 실리작전에 밀려 중반까지 열세를 면치 못했다. 그러나 중반 이후 초읽기에 몰린 이 9단의 완착을 놓치지 않고 응징,중앙의 흑말 일단을 포획하며 1백80수 만에 통쾌한 역전 백불계승을 일궈냈다. 응씨배 후지쓰배 삼성화재배 춘란배 등 현존하는 세계대회를 모조리 제패하며 ''바둑황제''라는 닉네임을 얻었지만 유독 LG배와는 인연이 없었던 조 9단으로서는 이번 결승 진출로 사상 첫 그랜드슬램을 달성할 절호의 기회를 맞았다. 유 9단도 초반 신수로 우변일대에 거대한 흑세력을 쌓은 뒤 시종 두터운 반면운영으로 이 3단에 2백25수 만에 흑3집반승을 이끌어냈다. 유 9단도 조 9단과 마찬가지로 이번 LG배만 우승하면 세계기전 그랜드슬램의 위업을 이루게 된다. 유 9단은 이번 대회 전까지 모두 3차례나 결승에 오를 정도로 LG배에 강한 면을 보였지만 정작 결승에서는 단 한 번도 승리하지 못했다. 1회 때는 이 9단에게,2회와 4회 때는 왕리청 9단과 위빈 9단에게 우승컵을 넘겨주고 말았다. 조 9단과 유 9단이 5번기의 세계대회 결승에서 격돌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두 기사는 단판 승부인 후지쓰배에서 지난 93년과 94년 잇달아 결승에 진출,한 차례씩 우승컵을 나눠 가졌다. 두 기사간 상대전적에서는 59승1무46패로 조 9단이 한 발 앞서 있다. 유 9단은 그러나 지난해 명인전 도전자 결정전에서 조 9단을 상대로 3백30수의 접전 끝에 반집승을 거둔 이후 패왕전에서도 13연승의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어 섣부른 예단은 금물이다. 어쨌든 싸움 좋아하는 바둑팬들의 입장에선 이번 결승전은 큰 관심거리다. ''전신''''화염방사기''(조 9단) ''세계 최고의 공격수''(유 9단)란 별칭에서 알 수 있듯 두 기사간 대결은 화끈한 싸움바둑이 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우승상금 2억5천만원,결승1국은 다음달 25일 서울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호텔에서 개막된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