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8:28
수정2006.04.02 08:31
금융감독원이 은행권의 원본보장형 신탁상품을 단계적으로 정리해 나가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말 개발신탁을 마지막으로 확정금리 상품이 자취를 감춘데 이어 원본보장형 상품이 사라지면 은행신탁은 글자 그대로 실적에 따라 배당하는 실적배당 상품의 제 모습을 찾게 된다.
원본보장과 확정금리 상품에 발목이 잡혀 IMF사태 때 은행과 투신사 등 금융권이 송두리째 위기에 빠졌던 점을 감안하면 원본보장형 신탁상품의 정리는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하겠다.
이들 상품은 실적배당이란 기본원칙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주요 편입자산인 채권값이 떨어지면 결국 부실요인이 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금융회사가 고객유치를 위해 앞다퉈 판매한 원본보장 및 확정금리 상품이 독(毒)이 되고 만 전례가 되풀이돼선 곤란하다.
게다가 외국의 유수한 투자은행과 경쟁해야 하는 개방화시대에 그런 편법이 더 이상 통할 수 없게 된 것도 물론이다.
은행권에 남아 있는 원본보장형 신탁은 신노후생활연금신탁 개인연금신탁 퇴직일시금신탁 등 3가지다.
이들 상품은 지난 99년 원리금보전 상품의 신규취급을 중지시키고 채권시가평가제도를 도입하면서 은행권 신탁자금의 대이동을 막고자 예금자보호법에 의해 최고 5천만원까지 지급보증을 해준 만큼 단계적 정리는 어느정도 예상된 것이었다.
문제는 시기였으나 한때 77조원까지 떨어졌던 은행신탁 규모가 다시 1백조원에 이를 정도로 은행신탁시장이 활기를 되찾았고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신탁상품이 다양해진 만큼 여건은 충분히 무르익었다고 본다.
금감원에선 연내에 규정을 개정해 내년부터 실행에 옮긴다는 방침이지만 최근들어 신노후생활연금신탁에 빠른 속도로 돈이 몰리고 있고 3개상품의 신탁규모가 전체 신탁의 20% 정도인 20조원에 이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행시기를 앞당기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하다.
더욱이 경기회복 기미와 함께 장기채권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주로 채권에 투자하는 이들 상품에 손실이 날 가능성도 없지 않다.
다만 신규수탁금지가 몰고올지 모를 해약사태나 그로인한 금융혼란이 일어나지 않도록 은행들로 하여금 충분한 대비를 하도록 해야 한다.
은행 입장에서도 주력상품 하나가 사라지게 되는 만큼 안전성과 수익성을 겸비한 다양한 상품개발로 이탈자금을 흡수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차제에 올바른 투자문화를 조성하고 고객들을 호도하지 않으려면 이름만 원금보전형일뿐 실제론 원금보장이 안되는 투신권의 원금보전형 펀드도 자제돼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