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1월 랠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조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17일 증시는 경기회복 기대가 희석되고 상승 모멘텀에 금이 가면서 사흘째 약세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반도체, 은행 등 주도주 탄력이 눈에 띄게 둔화된 가운데 외국인이 매도주문을 쏟아내며 수급 악화가 초래됐다.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의 ''심각한 위험'' 발언 이후 기업실적과 전망 발표를 통해 경기회복이 예상보다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확인됐다. 인텔이 설비투자 감소 의사를 밝힌 데 이어 FRB 베이지북은 미국 경기가 여전히 취약하며 중반부터 회복될 것이라고 지적, 반등 시도에 찬물을 끼얹었다. 컴팩, 야후 등이 예상을 상회하는 실적을 내놓았다는 소식은 빛을 보지 못했다. 또 경기회복 기대에 불을 지핀 반도체 현물 가격 급등세가 주춤해진 점도 부담이다. 삼성전자 실적이 예상 범위를 하회하고 하이닉스와 마이크론 협상이 답보상태에 빠지면서 주도주 공백 현상이 나타났다. 단기 수급 악화를 불러온 외국인은 뉴욕과 연동한 매매패턴을 보이며 차익실현에 치중, 8거래일 연속 매도우위를 기록했다. 개인 매수 여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고객예탁금은 10조원대로 내려앉아 자금 유입이 여의치 않음을 보였다. 이날 종합주가지수는 낮 12시 22분 현재 전날보다 11.24포인트, 1.58% 내린 699.71을 가리키고 있다. 장중 치열한 매매공방이 벌어지고 있으나 버티기가 쉽지 않은 모습이다. 코스닥지수는 71.14로 1.77포인트, 2.43% 하락했다. 700선은 심리적으로 지지를 받고 있을 뿐 아니라 20일 이동평균선이 걸쳐 있고 연말, 연초 상승폭의 1/2을 내놓는 지점이라는 점에서 저가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고 있다. 다만 지지력이 약화되고 있어 하방경직성을 확인하기엔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삼성전자가 2%대 약세권에 머물러 있고 국민은행, 현대차, 조흥은행, 삼성전기, 한국통신공사, SK텔레콤 등 지수관련주가 대부분 내렸다. 코스닥에서는 기업은행, 하나로통신, 휴맥스, 새롬기술 등이 4% 이상 급락하면서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이 1,133억원을 순매도한 반면 기관이 투신권의 프로그램 매수를 중심으로 1,207억원을 순매수하며 추가 하락을 저지했다. 한화증권 시황분석팀 조덕현 차장은 "700선을 중심으로 기술적 반등이 시도되고 있는 가운데 의미있는 저점 찾기 과정이 진행중"이라고 말했다. 조 차장은 "경기 회복 가시화가 늦춰짐에 따라 추가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우량주에 대한 저가 매수 시기를 선택하고 중장기 보유 전략을 세울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대우증권 이종우 투자전략팀장은 "단기 급등에 따른 자연스러운 조정으로 크게 우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조정폭과 시간이 예상보다 깊어지고 길어질 공산이 크다"며 "업종대표주 탄력이 둔화된 가운데 실적호전 개별 종목을 점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경닷컴 유용석기자 ja-j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