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2006.04.02 08:21
수정2006.04.02 08:24
중소기업청은 올해부터 3년이상 관납(官納) 우대혜택을 받은 기업에 대해 ''졸업''을 시키기로 했다.
중소기업이 수의계약으로 정부나 공공기관에 납품할 수 있는 기회를 3년간으로 제한키로 한 것이다.
중소기업들은 ''단체수의계약''이란 일종의 특혜를 통해 연간 약 4조원 규모의 물품을 납품한다.
정부가 구매하는 제품은 공개경쟁이 원칙이지만 단체수의계약 만큼은 예외다.
그러다보니 이 혜택을 받기 위해 상당수 기업들이 품질을 높이는데 힘을 쏟기보다는 단체수의계약 물량을 많이 배정받으려고 로비활동을 벌이기에 바빴다.
이런 폐해를 막기 위해 중기청은 궁여지책으로 졸업제를 마련했다.
사실 일부업종은 3년은커녕 10년이상 수의계약 혜택을 받아온 기업들이 수두룩하다.
따라서 이들을 당장에 졸업시킨다면 두가지 문제점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첫째 ''졸업생''덕분에 새로 납품기회를 얻은 업체가 우수한 제품을 공급할 능력을 가졌느냐는 것이다.
둘째는 졸업생들이 자력으로 취업할 수 있는 경쟁력을 갖췄느냐는 것이다.
졸업제가 성공을 거두기 위해선 바로 이 두가지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
무조건 졸업만 시키는 바람에 ''실업 중소기업''이 늘어난다면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이 졸업제 바람은 벤처제도에까지 영향을 미쳤다. 최근 국무총리실 주재로 열린 관계부처 합동회의에서 정부는 벤처기업도 졸업제를 도입키로 했다.
벤처기업으로서 금융 및 세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간을 6년간으로 제한키로 했다.
졸업제가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특혜를 받는 기업이 지나치게 편중돼온 데 대한 반작용임에 틀림 없다.
한숨만 푹푹 쉬고 있던 정책 소외기업들은 "뒤늦게나마 졸업제를 선택한 건 바람직한 일"이라고 얘기한다.
그러나 벤처특혜는 이미 수많은 게이트를 만들어낸 뒤여서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라고 아쉬워한다.
중소기업계는 정책자금지원에도 졸업제를 채택해줄 것을 요청하고 있어 앞으로 졸업제 바람은 더 거세질 것 같다.
이치구 중소기업 전문기자 rhee@hankyung.com